[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청와대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재연장 압박에도 일본이 먼저 수출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의 고위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한국을 방문, 지소미아 연장과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 차관보를 비롯해 키이스 크라크 경제차관,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협상대표 등이 연이어 방한, 청와대 내 강경파로 알려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만나 지소미아 연장 관련 의견을 나눴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음 주에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방한한다. 지난 8월 이후 3개월 만의 방한으로 미 국방부는 "지소미아는 에스퍼 장관이 한국과 일본의 카운터파트들에게 제기해 온 화제"라고 강조했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 희망적이고 낙관적"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럼으로써 북한의 활동 및 중국 등 이 지역에서의 가장 큰 위협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도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의 긴장은 중국과 북한에 이익을 줄 뿐"이라며 "지소미아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모든 이점을 위해 지소미아를 유지토록 한국에 대한 설득을 계속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같이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변함 없다. 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하면서 그 명분으로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점을 들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변화되지 않으면 지소미아를 재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은 일본에게 있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일본이 수출 규제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못 박았다.
그러나 일본 역시 완고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소미아 유지를 위해 수출규제 강화 철회를 검토할 여지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출 관리 운용 재검토는 협정의 종료 결정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한국 정부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우리나라에 의한 수출관리 제도 개선은 관련된 국제 규칙에 따라 수출 관리 제도를 적절하게 실시하는데 필요한 운용 개선"이라고 언급, 종전 입장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일 양국이 상반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소미아 연장은 불투명하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고위급 협상을 제안한 바 있어 이를 통해 양국이 조정안을 찾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태국에서 아베 총리와 예정에 없던 11분간의 환담을 갖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의지를 확인했다. 13개월 만에 정상 간 직접 소통이 이뤄진 양국 관계의 향방은 오는 23일 0시로 예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부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 5일 태국에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관련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전 자신의 SNS에 전날 있었던 아베 총리와의 만남을 직접 언급하며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고 적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에 이어 한일 정상 간의 환담을 통해 형성된 대화 모멘텀은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정식으로 열릴 경우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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