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향후 전기자동차 공급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환경규제 완화와 세계 경기침체로 전기차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배터리 업체간 공급과잉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유럽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될 경우,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국내 3개 배터리 제조업체가 대규모 설비 증설로 영업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투자가 지속되면서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는 LG화학(AA+/안정적), 삼성SDI(AA/안정적), SK이노베이션(AA+/안정적)이다.한신평은 이들 제조업체가 중국·유럽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경우, 재무안정성이 더욱 저하돼 신용도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한신평은 특히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대해 생산설비 확대에 따른 차입금 규모 증가로 재무부담이 커질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세록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원은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수율을 개선하는 것이 사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결 과제"라며 "업체들의 증설계획을 감안하면 단 시일내 과잉공급 상태는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으로 결국 앞으로 수급 전망의 핵심은 수요 성장 속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공급과잉은 오는 2025년 경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우디와 볼보 등 유럽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설비투자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기준 전세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요량은 99기가와트아우어(GWh)인데 반해, 공급량은 200GWh를 초과해 배터리 시장은 이미 과잉공급 상태로 접어들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평사도(나신평)도 배터리 업계의 중장기적인 공급과잉을 우려했다. 나신평은 "오는 2025년 이후 배터리 사업 성장성은 다소 둔화될 예정"이라며 "중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미경 기업평가2실장은 "대규모 배터리 설비를 짓다보니 공급 과잉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각 사의 현금창출력 유지 여부가 중기적 재무위험 변화의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다. 배터리 시장분석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지난해 223억 달러에서, 2020년(428억 달러), 2023년(865억 달러), 2025년 1190억 달러로 전망됐다. 전세계 전기차 공급도 지난 2017년 315만대에서 오는 2030년 30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이 환경규제 완화 정책을 꺼내들면서 전기차 수요 전망마저 장담할 수 없다.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자동차 연비 규제 권한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전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위축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
현재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제조산업은 한·중·일 3개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내년 중국내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사라지면서 국내 제조업체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공급과잉은 당분간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송 실장은 "어떤 산업이든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땐 자금 우려가 나온다"며 "당장 배터리업체들이 어려워지기 보다는 한동안은 중장기적 공급과잉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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