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과 중국이 관세 철회를 둘러싸고 혼선을 일으켜 '1단계 무역합의' 최종 타결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오는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오찬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한 언급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매체 CNBC방송이 인용한 전문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 나선 뒤 사회자 두 명으로부터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대중 관세에 대한 입장이 구체적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 트럼프·나바로 "합의 안했다" vs 커들로 "합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그들(중국)이 관세 철회를 원한다"며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관세의 완전한 철회가 아닌 어느 정도의 철회를 원할 것"이라며 "내가 그것(완전한 관세 철회)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대표적인 대(對)중국 강경파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관세 철회와 관련 "합의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과 나바로 국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7일 미중이 단계적 상호 관세 철폐에 합의했다는 중국 상무부의 발표를 뒤집은 것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무역합의가 타결되면 관세 합의와 양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합의가 임박했던 것으로 보였던 상황에서 이런 언급은 불확실성을 키웠다.
◆ 대중국 매파들 입김 거세졌나..."美, 샅바싸움 나선듯"
트럼프 행정부 내 대중국 강경파의 입김이 거세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미국은 지난 9월 1일 시행분(1120억달러)과 오는 12월 15일 계획분(1560억달러)에 대한 15% 관세를 철회하는 수준에서 1단계 무역합의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의 발표는 이보다 훨씬 더 큰 폭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백악관 내부 강경파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은 그동안 9월 시행분과 12월 계획분은 물론, 미국이 기존에 부과한 2500억달러 물량에 대한 25% 관세 역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부인'을 두고 미국이 샅바 싸움에 나섰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실무진에서 합의가 있었지만 더 나은 협상 조건을 얻기 위해 입장을 바꿨다는 얘기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커들로 위원장이 관세 철회 합의를 인정한 것이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 트럼프, 연설서 교통정리 나설 듯
전문가들은 오는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계기로 대중 관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보다 구체적으로 정해질 것으로 바라봤다. 투자은행 코웬의 크리스 크루거 정책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무역합의 방향에 중요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1단계 무역합의 및 관세 철회에 대한 찬성 여부"라고 CNBC에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 미중간 무역합의가 없던 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측 합의가 결렬되면 오는 12월 15일 예정된 156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15% 관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부과 중인 2500억달러 물량에 대한 25% 관세가 30%로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10~11일 미중 고위급 협상단은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지만 합의문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합의에 따라 중국은 연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대신, 미국은 지난달 15일 예정됐던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25%→30%)을 보류하기로 했었다.
관세 철회를 둘러싼 혼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1단계 무역합의가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내년 대선 판도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은 지난 5일 미국 4개주(州) 지방선거 결과 전통적 텃밭이던 켄터키에서 민주당에 주지사 자리를 뺏기는 등 패배했다.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 한 곳에서만 자리를 겨우 지켰다.
투자회사 QMA의 에드 케온 최고투자전략가는 "대통령이 버티고 있는 중국을 내년에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여 협상의 추가 진전을 이룰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이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