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페소화부터 국채까지 칠레 자산시장이 일제히 기록적인 하락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10월 하순 정부의 지하철 요금 인상 방안이 도화선이 된 시위가 날로 과격해진 데 따른 사회적 불안감이 자산시장을 강타했다는 분석이다.
칠레 페소화 급락은 남미 지역 자산시장을 강타, 투자자들 사이에 광범위한 전염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홍콩 주식시장 급락에 이어 칠레 금융시장의 한파와 레바논 채권 수익률 급등까지 과격 시위에 따른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월가의 구루들은 비경제 요인을 가장 커다란 투자 걸림돌로 지목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 실정에 분노한 칠레 시민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칠레 페소화는 장중 달러화에 대해 3.5%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 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이틀 사이 낙폭이 5.3%로 확대됐고, 1달러 당 페소 환율은 787.78페소까지 치솟았다. 연초 660페소 선에서 등락했던 페소 가치는 20% 가량 폭락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취소될 만큼 과격해진 반정부 시위가 직격탄을 날린 결과다. 환율이 연일 치솟자 이날 일부 칠레 현지 은행은 거래를 조기에 종료했다.
투자자들의 전망은 잿빛이다. 팔콤 애셋 매니지먼트의 휴고 오소리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페소화 하락은 단순히 시위에 따른 것이 아니라 국가 체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회적, 정치적 불안감이 자산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소화 급락은 투자자들 사이에 칠레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를 부추겼고, 이로 인해 국채를 포함한 채권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다.
페소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도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물가 연계 2026년 만기 칠레 국채는 이날 장중 25bp(1bp=0.01%포인트) 상승하며 0.35%에 거래됐다.
시위대가 주요 고속도로를 차단, 물류를 중심으로 인프라 가동이 마비됐고 항만과 광산업 등 근로자 파업이 확산되고 있어 실물경기의 급랭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칠레 정부는 재정 부양과 개헌을 약속했지만 소득 불균형과 생활고로 인해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편 칠레의 혼란은 볼리비아의 정치권 리스크와 맞물려 남미 지역의 자산시장 전반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 투자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JP모간에 따르면 남미 지역 달러화 표시 채권은 지난 8월 이후 3.2%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신흥국 채권 가운데 최악의 성적이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사퇴한 가운데 유로 본드가 가파르게 떨어졌고, 에콰도르 역시 반정부 시위에 금융시장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BNP 파리바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볼리비아의 정치권 혼란이 단시일 안에 진정되기 어렵고, 투자 리스크를 감안할 때 채권 가격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칠레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재정 확대에 대한 압박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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