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여학생들이 수능 당일 컨디션 조절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체가 민감한 미성년자의 경우 피임약을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13일 수능 수험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모 인터넷 카페에는 '생리가 시작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내용의 글이 실시간으로 게시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총 83개의 관련 문의가 올라온 것으로 집계됐다. 수능을 하루 앞둔 이날은 오전에만 5개의 문의가 있었다.
13일 오전 수험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중 일부 [캡쳐=네이버 카페] |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피임약 사용을 문의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입증되지 않은 정보로 피임약 사용을 권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 수험생은 게시글을 통해 "일주일 전에 생리가 끝나서 마음 놓고 있었는데, 며칠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더니 다시 시작하려는 것 같아 미치겠다"며 "지금부터 피임약을 먹어도 될지, 1주일 전부터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데 지금 먹어도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문의했다.
또 다른 수험생도 "생리주기가 불규칙적이라 예측을 못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피임약을 복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생리를 시작하면 조퇴할 정도로 아픈 편인데 너무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다른 수험생들은 "안 먹는 것보다는 나으니 급하면 얼른 먹어라", "지난해 수능 때 피임약 먹었는데 효과 좋았다. 무조건 먹어라", "나도 예정일이 수능일이랑 겹쳐 피임약을 구하고 있다" 등의 댓글을 달면서 피임약 사용을 권장했다. '피임약 사용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은 많지 않았다.
수험생들이 생리를 강제로 늦추기 위해 사용하는 피임약은 일명 '사전 피임약'으로 불리는 경구 피임약이다. 생리 예정일을 피할 수 있고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성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 직전까지 고개를 숙여 공부를 하고 있다. 2019.09.04 kilroy023@newspim.com |
최근에는 '생리가 시작됐더라도 피임약을 정량보다 많이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능을 앞두고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학생들의 구매가 늘고 있다. 문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경구 피임약 대부분은 생리 예정일로부터 7~10일 이전에 복용해야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생리가 시작된 후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중요 일정 당일에 생리에 더해 두통, 속 메스꺼움 등 부작용까지 겪을 수 있다.
'요즘 나오는 약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정보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모든 약품에는 상황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경구 피임약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피임약이 여성호르몬을 조절하는 탓에 자칫 잘못 사용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또 가족력 등 선천적인 질병을 앓고 있을 경우에는 가급적 의사와 상담한 후 피임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황보영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약제팀장은 "경구 피임약은 정해진 용법과 용량에 맞게 복용하면 큰 부작용을 겪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분명 혈전이나 두통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수험생 사이에서 공유되는 피임약 관련 정보 중에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도 많아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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