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현기자= 중국 경기 하강세 심화로 민간 기업의 '돈맥경화' 현상이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IT 대기업인 둥쉬그룹(東旭集團)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중국 민간 기업이 겪고 있는 자금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신랑차이징(新浪財經)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최근 둥쉬광뎬(東旭光電)은 두 차례 회사채 디폴트 발생 이후 지방 당국에 회생 요청을 했다. 지난 19일 둥쉬광뎬(東旭光電) 둥쉬란톈(東旭藍天) 관련 상장사들의 거래도 중단됐다.
둥쉬광뎬은 중국 최대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제조사로, 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업체이다. 모기업인 둥쉬그룹은 1997년 설립됐고,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다. 쉬광뎬(000413) 둥쉬란톈(東旭藍天 000040) 자린제(嘉麟杰 002486) 3개 상장사를 비롯해 400여개 계열사를 보유한 거대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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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쉬광뎬은 기업 회생을 위해 지방정부 산하의 스자좡국유자산관리위원회(石家莊市國有資產管理委員會)에 51.46%의 지분을 넘긴 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회사의 지배 구조에도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둥쉬광뎬측은 단기적인 유동성 악화로 지난 11월 18일 두 건의 회사채 이자 미상환으로 디폴트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둥쉬광뎬의 채무 불이행 규모는 약 20억위안(약 3300억원)에 달한다.
표면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디폴트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 업체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최근 둥쉬광뎬의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이 업체의 현금성자산은 183억 위안에 달했다. 이처럼 회사채 상환을 추진할 만한 충분한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디폴트가 발생했다는 점은 회계 투명성에도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푸리춘(付立春) 둥베이(東北) 증권 애널리스트는 "둥쉬광뎬의 디폴트는 경기 하강 추세와 질적 성장 단계로 나아가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결합된 복합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이다"고 진단했다.
푸리춘 애널리스트는 그러면서 "이번 채무 불이행은 단지 자금난으로 촉발된 상황이 아니다"며 "중국 경제의 '뉴노멀' 환경에서 과도한 차입을 통해 규모를 성장시킨 기업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라고 밝히며 적지 않은 기업이 유사한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예측했다.
신용평가업체 스탠다드앤푸어(S&P)는 모기업인 둥쉬그룹(東旭集團) 등급을 즉시 하향 조정했다. 신용회사 S&P는 회사의 모기업인 둥쉬그룹(東旭集團) 기존 'B-'에서 'CCC-'으로 낮췄고, 향후 채무 상황 계획 추이에 따라 등급을 추가 조정할 계획을 밝혔다.
S&P의 한 애널리스트는 "둥쉬그룹은 뚜렷한 재무상황 개선 없이는 앞으로 6개월 내 추가로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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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과 그림자 금융 규제에 자금줄 막힌 민간 기업
현재 민간기업은 중국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6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전체 고용 인력의 80%를 창출하는 핵심 경제 주체이다.
중국 매체들은 시중에 자금 줄이 막히면서 민간 기업들이 자금 압박에 따른 부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기업 디폴트 발생 건수 중 민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무역 전쟁 및 내수 경기 침체 추세와 더불어 당국의 그림자 은행 규제에 자금 조달 채널이 막히면서 민간 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 들어 기업들의 회사채 디폴트는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 정보 플랫폼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해 125건의 회사채 부도 발생 건수가 올해 11월 기준 148건으로 늘어났고, 디폴트 규모도 1136억 47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경제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은 기업이 과도한 차입경영에 따른 재무 구조 악화와 경기 하강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맞물리면서 채무 불이행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광파증권의 채권팀 관계자는 "지난해엔 낮은 등급의 채권에서 디폴트가 생겼다면,올해엔 '트리플 A급' 우량 회사채에서도 부도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회사채 부도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디폴트 도미노'를 막기 위해 지방 정부도 '구원 투수'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는 철강업체 시왕그룹(西王集團)을 지원하기 위해 산둥성 지방 정부는 30억 위안의 기금을 마련했다. 500억 자산규모의 이 업체는 지난 10월 10억 위안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섬유 대기업인 산둥루이커지(山東如意科技)도 지닝(濟寧)시 지방 정부로부터 지분 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수혈' 받았다. 산둥루이커지는 중국의 '루이뷔통'으로 불리는 의류 업체로, 최근 몇 년간 활발하게 해외 M&A를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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