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 외교부가 미국 상원에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이 통과된 데 반발하는 의미로 주중 미국 대사 대리를 초치하고 보복을 경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부부장이 20일(현지시간) 주중 미국대사관 임시 대사 대리인 윌리엄 클라인 공사 참사관을 초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강력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고 미국은 그에 따른 모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 자원봉사자들이 19일(현지시간) 홍콩 이공대를 떠나고 있다. 2019.11.19. [사진=로이터 뉴스핌] |
5개월 전 홍콩 시위가 시작된 후 중국 정부가 미국 외교관을 초치한 것은 두 번째다. 지난 6월에는 러위청(楽玉成)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로버트 포든 주중 미국 대사관 부대사를 초치해 "외세가 홍콩에 개입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마 부부장은 이날 클라인 참사관에게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절대적으로 중국 내정"이라며 "어떤 외국 정부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해당 법안은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공공연하게 간섭하는 것으로,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위배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이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법안 추진과 내정 간섭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전력을 다해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자신의 발등만 찍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미국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켜 중국 내정에 공공연히 개입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해당 법안의 입법화와 내정 간섭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폭력 행위가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일국양제' 원칙에 도전하고 있다"며 "미국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시위대의 폭력을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움직임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는 홍콩을 구실 삼아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음험한 시도"라고 덧붙였다.
양광(楊光)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미국 일부 정치인들이 제 발등 찍는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홍콩 이공대 근처에서 소총을 든 폭동진압 경찰이 지나고 있다. 2019.11.19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대선 앞둔 트럼프, 법안 거부권 행사할까?
미국 상원은 19일 홍콩인권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해 하원으로 넘겼다. 지난달 하원 역시 같은 내용의 자체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상·하원은 조율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법안을 보낼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제정된다.
홍콩인권 법안은 미국 국무부에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 투자, 무역 등에서 홍콩에 특별대우를 적용하고 있다. 또 법안은 홍콩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있는 인물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 내용도 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이 시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안을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로이터 통신은 20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책상 위에 법안이 올라가면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방해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진영과 지금이 인권과 홍콩 지위와 관련해 중국에 맞설 적기라고 주장하는 진영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상하 양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지만, 무역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이 이미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절실한 입장을 간파하고 시간끌기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데다 홍콩 사안은 중국의 자존심이 걸린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만만한 지렛대로 사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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