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중국 정부가 식어가는 경제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책 금리를 인하하고, 기업과 개인의 세금 부담을 대폭 낮춰주는 등 실물경제와 가계에 돈이 돌 수 있도록 갖가지 방안을 고안해내고 있다.
20일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개인 소득세 우대 방안이 결정됐다. 종합소득이 연 12만위안(약 2000만원) 이하인 개인의 '결산납부(匯算清繳)'를 2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한 것. '결산납부'란 우리나라의 연말정산과 비슷한 개념이다. 결산납부 결과 더 낸 세금은 환급받거나, 부족한 부분을 추가 납부하게 하는 제도다. 중국에서는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때문에 개인의 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교적 낮은 소득군의 개인에게 한시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기업 세수 부담 줄이기도 지속되고 있다. 상하이정취안바오(上海證券報)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제조업과 소매업 기업에 대한 감세 규모가 8000억위안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총 2조위안에 달하는 감세 목표를 발표했다.
대규모 세수 우대 정책에서 제조업이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국 세무 당국은 제조업의 부가가치 세율을 16%에서 13%로 인하했다.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세금공제 비율도 50%에서 75%로 상향 조정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감세 정책이 시행됐다.
특히 신흥 산업 분야 제조업 기업에 대한 감세 효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장(浙江) 지리홀딩스(吉利控股)는 올해 상반기에만 부가가치세 분야에서 1억4000만위안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었다. 선양(瀋陽) 신쑹 로봇자동화 유한공사(新松機器人自動化)도 1900만위안의 감세 혜택을 누렸다. 레노버(베이징)은 올해들어 연구개발 비용에서 1억1000만위안에 대한 세금공제를 받았으며, 부가가치세에서도 4000만위안을 절약할 수 있었다.
감세 혜택을 누린 기업 가운데 45%가 절약한 세금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부담을 줄여주는 감세 정책과 함께 경영에 힘을 더해주는 지원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을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일가일감(一加一減)' 전략이라고 칭한다.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15개 정부 부처가 '선진 제조업 및 현대 서비스업계 융합 발전을 위한 의견서'를 발표했다. 향후 제조업과 서비스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강화될 전망이다.
18일에는 재정부, 중국연초총공사가 국가 제조업 업그레이드 기금을 출범시켰다. 신흥산업 분야 제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각종 경제지표 악화, 정부 '경제 관련' 외신 뉴스 검열도
중국 정부가 개인과 기업의 세수 부담을 줄이고, 제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 등 여파로 가파르게 하강하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0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4.7%에 그쳤다. 전달의 5.8%보다 1%포인트 넘게 낮아진 것이고, 시장 예상치인 5.4%에 크게 밑돌았다. 사회소비품 소매총액도 전년 대비 7.2% 증가해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 중간치인 7.9%를 하회했다.
국가 경제를 직접적으로 지탱하는 제조업 기업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높은 부채 비율에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 최대 규모, 세계 4위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제조사 둥쉬광뎬(東旭光電)의 채무불이행 소식이 이 같은 상황을 잘 드러낸다. 총 자산 규모 2000여억위에 달하는 민영 기업이 20억위안이 채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는 점에서 업계의 충격이 컸다. 둥쉬광뎬은 중국 대표 디스플레이 기업인 징둥팡(京東方)과 선톈마(深天馬)의 주요 공급사여서, 이번 디폴트 여파가 이 두 기업의 제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침체는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웬만해선 끄떡하지 않던 베이징 등 대도시 아파트 가격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발표된 중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27년래 가장 낮은 6%에 그쳤다. 2020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국제 기구의 전망도 이어진다.
날로 식어가는 경기에 중국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외국 매체의 중국 경제 보도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 중문판은 최근 중국 루저우시 정부의 채무불이행 사건을 보도했다가 현지 정부와 베이징으로부터 '위협'을 당했다고 11일 보도했다. 검열이 삼엄했던 정치 관련 뉴스와 달리 외국 매체의 보도가 자유로웠던 경제 분야에까지 정부의 간섭이 심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 중문판은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권위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서, '베이징'이 경제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민간 및 지방정부 높은 부채에 적극적 통화완화 어려워
그러나 경기 하방 압력 증가에도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통화완화에는 매우 신중하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앞다퉈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인민은행은 요지부동이다. 대신 지준율 인하, 정책금리 인하 등 우회적인 유동성 공급에 치중하고 있다.
중국이 직접적인 양적완화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높은 부채비율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중국 정부는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한 물가상승 역시 유동성 완화 '카드'를 섣불리 사용할 수 없는 이유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의 부채규모는 이미 GDP의 300%에 달한다. 인플레이션, 부실자산 증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국이 점진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시장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인민은행은 이달 1일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0.05%포인트 내린 3.25%로 고시했다. 2016년 4월 이후 첫 인하다.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도 2.5%로 5bp(1bp=0.01%) 인하했다. 20일 발표한 대출우대금리(LPR)도 전달 4.20%에서 0.05% 하락한 4.15%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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