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결정 시한이 지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른바 '슈퍼 301조'를 앞세워 이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3일 시한 이후에도 백악관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혼란에 빠진 국내외 자동차 메이저들이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다.
미국 자동차 수출입 현장 [사진=블룸버그] |
21일(현지시각) 미 의회 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강행하기 위해 EU의 무역 관행에 대한 새로운 조사에 나서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법조계에서 무역 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차 관세 결정 시한이 지난 만큼 이를 강행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뒤인 5월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이를 6개월 연기했다.
지난 13일로 시한이 종료됐지만 그는 조만간 수입차 관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을 뿐 어떤 입장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시한을 넘긴 만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차와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재판관을 지낸 제니퍼 힐만 외교협회 연구원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시한이 이미 지났다"며 "지금 와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면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외 자동차 업계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 얼마든지 관세를 강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슈퍼 301조'가 트럼프 행정부에 자동차 관세를 도입할 수 있는 포석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통상법 301조는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의 근거로 동원된 법안이다.
다만, 이 경우 미국은 해외 자동차 업계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동원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 경우 국가 안보 위협을 앞세운 것보다 관세의 정당성이 한층 강화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이날 WSJ은 설명했다.
폴리티코가 보도한 트럼프 행정부의 EU 무역 관행 조사 움직임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불공정 행위를 적발, 슈퍼 301조에 근거한 자동차 관세를 시행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들은 불안한 표정이다. 일본의 한 자동차 업체 고위 경영진은 WSJ과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관세 결정 시한인 13일까지 이를 강행하지 않은 것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관세 리스크가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혼란스럽기는 해외 부품을 수입하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시한을 넘긴 관세 불확실성이 시한 폭탄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가 적용되면 그만큼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이를 모두 떠안거나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 중 어느 쪽을 택하든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와 정치권은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7월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이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350억유로(388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차 관세 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관세 충격에 따른 실물경기 한파 이외에 수입차 생산시설이 집중된 지역의 공화당 표밭을 잃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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