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정부가 2021년부터 카페를 대상으로 '컵보증금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환경보호라는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모든 피해가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21년부터 카페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부활?? 카페만 왜 피해를 입어야 합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기준 400여명이 동참했다.
서울 시내 한 커피전문점 내부 모습.[사진=이형석 기자] |
청원자는 "프랜차이즈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에는 로고가 쓰여 있지만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컵에 로고가 없다"며 "다른 카페에서 이용한 후 가까운 카페로 가져와 보증금을 받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 재사용이 되지 않는 컵을 가져왔을 때 컵 비용을 환불해줘야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자연을 생각하는 취지는 좋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책임을 떠안게 하는 법안 같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22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6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로드맵)을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비닐봉지,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내용이 골자인 이번 계획에는 오는 2021년부터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경우 추가비용을 내고, 컵을 다시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컵보증금제' 도입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의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서 카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바리스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정부 정책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시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A씨는 "손님이 테이크아웃 해서 보증금까지 카드로 결제하면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럼 업주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곳들은 더 큰 손해를 입는다", "정부가 자영업자들 반 이상은 접으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서울 도봉구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전모(25·여) 씨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서 우선은 지켜보고 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전씨는 "우리같이 소규모로 테이크아웃을 위주로 하는 카페는 아무리 보증금이라도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매출 타격이 클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 시행에 앞서 이런 점들을 면밀히 살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중장기 계획이 수립된 것일 뿐,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모든 카페에서 동일한 재질의 컵을 사용하고, 무인 반환기를 통해 보증금을 받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정책 시행 시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논의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검토하고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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