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연일 빠져나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월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리밸런싱이 마무리된 이후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매도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12월 들어 매도 규모 자체는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난항을 겪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 시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상당기간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모양새다.
외국인 연속 순매도 기록 추이 [자료=FN가이드, NH투자증권] |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시31분 현재 외국인투자자들은 1003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 달 7일 이후 18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가 이어진 것이다.
이는 2015년 12월2일부터 2016년 1월5일까지 22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가장 긴 기록했다. 해당 기간 외국인들이 내다 판 국내주식 규모는 약 3조90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는 곧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8월 이후 반등을 모색하며 2160선까지 탈환했던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가 시작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11월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달 29일에는 하루에만 3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2100선 밑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MSCI 신흥지수(EM) 내 코스피 비중 감소와 더불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안감이 외국인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한 이후 불안심리가 최고조에 달하며 선제적인 위험관리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 EM 11월 리밸런싱 관련 수급 파장이 외국인 투매와 맞물리며 시장 교착상태가 전개됐다"며 "미중 무역협상 연내 합의지연 우려, 중국 A주 내 편입종목수 증가, 인도 유동비율 급증, 사우디 아람코 상장 등의 여파로 8월 리밸런싱 대비 시장충격이 상당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을 이끌 뚜렷한 호재가 없다는 점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정치적 요소가 큰 미중 무역협상이라는 외부변수가 부각될수록 외국인 매도행렬 역시 재차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순매도 규모는 국내 증시가 미중 무역협상 타결 불안감으로 급락했던 지난 5월 순매도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국내증시가 재차 불안해자 환율도 10월 중순 이후 다시 1180원을 상회한 만큼 단기적으로 순매수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반기 유가증권시장과 외국인 누적 순매수 간 상관관계 [자료=퀀트와이즈(Quantiwise), IBK투자증권] |
하지만 매도 강도 자체는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11월 후반까지 외국인 중심의 매물이 충분히 소화됐고, 2020년 증시 및 한국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될 경우 외국인 순매도 현상도 진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채 매입과 외국인 코스피 매수 금액 사이에는 0.6 내외의 상관계수가 존재한다"며 "MSCI 리밸런싱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연준 부양책에 따른 외국인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정책금리 인하 이슈에서 벗어난 글로벌 주식시장은 모멘텀 부재 환경 속에 미중 무역협상의 진행 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며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진 점을 감안할 때 12월 증시는 미중 무역협상 단계적 합의, 경기침체 우려 완화 등 경제환경 변화의 기대감이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