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절대 강자 '넷플릭스'의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40만명 수준에서 최근 20개월 사이 200만명으로 불어났습니다. 국내 미디어시장도 급변하는 중입니다. 디즈니와 애플 등 경쟁 사업자의 국내 진입을 앞두고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경쟁이 치열합니다. 인터넷 망 사용문제도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웨이브'와 '티빙', '시즌'등 토종 OTT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넷플릭스가 몰고온 국내 미디어시장의 변화와 이슈를 3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국내에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며 넷플릭스의 '공짜망' 사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문제를 중재해달라고 재정(裁定, 옳고 그름을 판단해 결정함)을 신청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트래픽이 폭증해 전송 비용이 급증했는데도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게 재정신청의 요지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과 같은 국내 대형 콘텐츠제공자(CP)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게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CP들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 망은 국내 기업이 깔고 수익은 해외 기업이 챙긴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 국내 유료가입자 200만명..."트래픽 증가"
3일 앱 분석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넷플릭스 유료가입자는 200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40만명에서 1년 8개월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한국에 진출했다. 이어 또 다른 케이블TV 사업자 CJ헬로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국내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
통신3사 중 LG유플러스와 콘텐츠 제휴를 하며 유료방송(IPTV) 셋톱박스에 넷플릭스 앱 실행이 가능해지자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자체적으로 프로그램 홍보 마케팅을 하지만 통신사와 손을 잡으면 통신사 IPTV 사업부에서도 광고를 해 가입자 유입에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입자가 늘며 덩달아 많아진 트래픽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국내 CP들은 ISP에 망 사용료를 낸다. 특히 영상과 같이 고용량의 파일을 공유하면 사용료는 올라간다.
반면 해외 CP들은 망사용료를 훨씬 적게 부담하거나 아예 내지 않고 있다. 영상을 기반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넷플릭스 역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탓에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국내 ISP가 대신 투자를 해 줘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망 사용료 내면 디즈니 등과 협상력↑"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있는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넷플릭스를 위해 일본에 접속돼 있는 국제망 회선을 증설하는 등 투자비용을 늘렸다. 글로벌 CP들은 대다수 해외에 데이터센터, 캐시서버 등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려면 ISP 측에서 해외 접속용 망을 증설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ISP 입장에선 망 사용료를 받지 못하면 계속 망을 증설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ISP 입장에선 선행투자를 해야 하는데 망 사용료를 받지 못하면 투자에 갭이 발생해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는 대신 ISP에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자신들의 캐시서버(오픈 커넥트 프로그램)를 설치해달라는 입장이다.
캐시란 한 번 읽은 데이터를 저장해 뒀다가 같은 데이터를 요청할 때 바로 보내는 기술이다. 캐시서버를 설치하면 트래픽이 줄어든다. 현재 국내 넷플릭스의 가장 가까운 캐시서버는 일본에 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국내 ISP 입장에선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게 되면 넷플릭스 이외에도 향후 국내 진출이 예상되는 '디즈니+'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등으로부터도 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진출할 주요 글로벌 CP 중 국내 ISP에게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곳은 페이스북이 유일하다.
ISP업계 관계자는 "국내 ISP는 기간 통신사업자라 글로벌 CP의 트래픽 처리에 한계가 발생해도 계약을 끊으려야 끊을수 없다"면서 "결국 한국에 세금을 내는 곳은 국내 기업들인데 글로벌 CP들은 국내 기업들이 깐 망을 활용해 수익만 빼가고 투자비용은 국내 기업들이 지출해야 하는 이슈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만약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 새롭게 망 사용료와 관련된 룰이 세팅되면 국내 ISP 입장에선 향후 글로벌 CP들과의 협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