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세계 최대 규모의 일본 연기금((GPIF)이 공매도 세력을 대상으로 한 주요국 주식 대여를 중단하기로 했다.
주식을 빌려야만 가능한 이른바 숏 베팅의 구조적인 특성을 감안할 때 일본 연기금의 결정은 전세계 공매도 세력의 손발을 묶는 결과를 초래할 전망이다.
미국 테슬라 '모델3'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크게 반색했다. 뉴욕증시의 주요 종목 가운데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물량이 최대 규모를 기록, 주가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 반전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연기금이 공매도 세력들에게 더 이상 주식을 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연기금이 보유한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는 80조엔(7330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결정은 일본을 포함한 주요국 주식시장의 숏 베팅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움직임이 대형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주식시장의 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발표에 테슬라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엘론 머스크는 크게 반색했다. 공매도 세력의 집중적인 겨냥에 장기간 홍역을 치르고 있기 때문.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트윗을 통해 "브라보, 정말 옳은 일"이라며 "공매도는 불법화시켜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 소식통은 FT와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에서 공매도 주식 대여 중단을 놓고 연기금 내부적으로 찬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기금은 공매도 물량 공급으로 인해 투자 기업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어렵다는 결론에 따라 주식 대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연기금으로부터 주식을 최종적으로 대여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투명하게 가리는 일이 쉽지 않고, 주식의 정확한 이용 방식에 대해서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될 경우 공매도 세력에 대한 주식 대여를 재개할 수도 있다고 일본 연기금은 밝혔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세력이 해당 주식을 증권사나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빌린 뒤 이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하고,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다시 사들여 차액만큼 이익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주가 하락에 해당 주식을 사들인 공매도 세력을 해당 물량을 대여해 준 기관에 반납하고, 일정 규모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구조다.
특정 종목에 대한 숏 베팅 전략을 취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식의 대여가 필수적인 만큼 일본 연기금의 결정이 공매도 세력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쿄의 한 트레이더는 FT와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에 따른 가장 큰 시장 리스크는 다른 기관들이 연기금과 같은 행보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인해 연기금은 당장 상당 규모의 수수료 수입을 잃게 됐다. 2018 회계연도까지 3년간 연기금의 주식 대여 수수료 수입이 3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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