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4일 오전 나경원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10여분의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난 황 대표는 "고생 많았다는 이야기를 했고, 당을 살리는 일에 힘을 합치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04 kilroy023@newspim.com |
한국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국회의원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이면 의원총회의 결정에 따라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의웓들에게 재신임을 물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임기 연장의 뜻을 밝힌지 6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황교안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전격적으로 발표, 사실상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최고위원회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황 대표는 이날 나 원내대표를 만난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여러가지 의견들에 대해 당 조직국에서 법률 판단을 했고, 그에 따라 저도 판단을 한 결과다. 법 규정에 관한 얘기"라고 밝혔다.
최고위의 결정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일단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임기 연장의 뜻을 접은 상태다. 이에 이날 의총에서도 자신의 재신임 여부는 묻지 않은채 비공개 전환 15분만에 의총장을 나왔다.
나 원내대표가 임기 연장의 뜻을 접은 만큼 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은 예정대로 치러질 전망이다. 한국당은 이번주 중 원내대표 경선 공고를 내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04 leehs@newspim.com |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당 내 비주류 중진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3선의 김세연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원내대표 경선 공고를 당 대표가 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권한을 과대해석해서 나온 문제"라며 "삼권분립 국가에서 권리가 허물어지는 것 같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당이 말기 증세를 보이는 것 아닌가 한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발언이다.
4선의 정진석 의원은 이날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 농성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정치 혼자하느냐. 정치 몇십년씩 하는 사람들은 뭐냐"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특히 "정치 20년 한 사람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라고 고함까지 쳤다. '이런 경우'는 전날 황 대표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나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말한다. 정 의원의 고함 소리는 황 대표가 회의장에 도착한 이후 잦아들었다.
3선의 홍일표 의원은 동료의원들에게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홍 의원은 "원내대표의 선출과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의원총회에게만 있다"며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위가 나서서 임기연장을 불허한다며 신임 원내대표의 선거 공고를 하는 것은 권한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일부에서는 전날 최고위의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반발도 제기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이날 의총장에서 최고위의 결정에 반박하거나 재신임 여부를 묻지 않았기 떄문에 원내대표 경선이 예정대로 치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박(친박근혜)계인 한 중진의원은 "황 대표가 그저께 당직자 전원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이미 새 판을 짜겠다는 의중을 밝힌 것이고, 그 때 나경원 원내대표의 거취도 정리를 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계속 이 상태로 여야 투쟁에만 몰두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유리할 것이 없다는 불만도 많다"면서 "나경원 체제가 한계에 왔다고 판단한 것이고, (황 대표가)친정체제 구축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