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산업은행의 'KDB생명' 연내 매각 계획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등 알짜 매물 등장으로 시장의 관심이 반감된 측면도 있다. 다만 산은이 가격을 낮춰서라도 연내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달 KDB생명에 대한 본입찰을 진행한 뒤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KDB생명 본사 전경. |
당초 산은은 지난 달 본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달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탓에 일정을 한 달 가량 연기했다.
금융권에선 산은이 연내 KDB생명의 새로운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 업권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다 KDB생명보다 좋은 매물들이 시장에 나올 경우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달 진행한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이 사모펀드 두세 곳에 불과하다. 기대를 모았던 금융지주사들의 참여는 없었으며 이들은 최근 매물로 거론되는 푸르덴셜생명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산은은 여전히 '연내 매각'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본입찰에서 얼마든지 인수 의사를 드러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달 본입찰을 진행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목표"라며 "KDB생명의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걸 회장 역시 올해가 KDB생명 매각의 '적기'라고 봤다. 이 회장은 전날 산은 본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 매각은 순리대로 흘러갈 문제"라며 "시장이 가격을 맞추면 (산은은) 거기에 따라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 회장이 이날 간담회서 '시장 가격'을 강조한 것은 가격이 산은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더라도 반드시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으로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작업이 원만히 마무리돼 가는 가운데 '아픈 손가락'인 KDB생명을 연내 매각할 경우 구조조정 업무를 내려놓고 혁신기업 육성 등 새로운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KDB생명은 지난해 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7년 말 108.48%에 불과했던 지급여력(RBC) 비율 역시 산은의 유증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기준 215%로 높였다.
체질개선을 이뤄낸 만큼 산은은 KDB생명의 가격을 최초 인수 당시 가격인 '6000억원+알파'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KDB생명의 가치를 낮게는 2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갭'이 상당히 벌어져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본입찰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라며 "다만 산은이 가격을 대폭 낮춰 매각을 하겠다는 의사가 강하다면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