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올해 뉴욕증시가 6년래 최대 랠리를 연출한 가운데 월가의 이른바 개미들이 공격적인 '팔자'에 나섰다.
성장 둔화와 무역 전면전 리스크 속에 추가 상승에 대한 회의감이 번지면서 투자자들이 추격 매수보다 차익실현에 무게를 두는 움직임이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여기에 S&P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한풀 꺾이는 상황도 투자자들의 향후 증시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9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 리퍼에 따르면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연초 이후 1355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 1992년 데이터 집계 이후 최대 규모의 '팔자'에 해당한다. S&P500 지수가 올들어 25% 가량 급등, 6년래 최대 랠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사이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발을 뺐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의 격렬한 무역 마찰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리스크, 기업들 이익 감소와 밸류에이션 부담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무역 협상과 관련해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 투자자들은 대규모 자금을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겼다.
웰스 파고 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렌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주가 향방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이라며 "적어도 펀드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에 추격 매수가 아닌 주식 비중 축소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에도 뉴욕증시가 최고치 랠리를 지속한 것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상장사들의 자사주 순매입 규모가 48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펀드 매도 물량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 같은 천문학적인 자사주 매입이 영속되기 어렵다는 것이 월가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올해 자사주 매입 수요는 지난해에 비해 20% 줄었다.
기업 이익 성장이 한풀 꺾인 데다 내년 경기 하강이 지속될 여지가 높고, 무역 마찰에 따른 충격과 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자사주 매입을 둔화시키는 요인에 해당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가 전망이 흐린 것으로 나타나 급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가 지난 5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주가 강세 전망이 36%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7월 기록한 저점 27%에서 상당폭 뛴 수치이지만 지난해 초 50%에서 크게 떨어진 것이다. 데이터는 펀드 유동성 흐름과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개미들의 '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 1단계 무역 협상이 불발될 경우 뉴욕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월가는 경고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온라인 주식 매매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TD아메리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4개월 사이 애플과 테슬라, 넷플릭스 등을 대량 매도했다.
연초 이후 채권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2772억달러로, 10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 머니마켓펀드(MMF)로 4828억달러가 홍수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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