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내년부터 기업 대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을 통해 사업자금을 대출받는 중소기업의 금리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에 따른 부담으로 저축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거나,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서다. 저축은행의 기업 자금 대출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에 나가는 대출이다.
1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저축은행들의 가계 및 기업 대출 등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이 기존 0.9~5%에서 1~7%로 상향조정된다. 가계대출의 경우 연 금리 20% 아래는 정상 0.9%, 요주의 8%에서 각각 1%, 10%로, 기업 대출의 경우 정상 0.7%, 요주의 5%에서 각각 0.85%, 7%로 올라간다. 특히 연 금리 20%가 넘는 대출은 고위험대출로 분류, 기업 대출의 경우 정상 1.02%, 요주의 8.4%로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내년부터 기업 대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을 통해 사업자금을 대출받는 중소기업의 금리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9.12.13 clean@newspim.com |
대손충당금은 차주가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을 상황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금액이다. 저축은행들은 2017년 2분기부터 강화된 연체 판단 기준에 따라 연체 기간이 1개월 미만일 경우 '정상'으로, 1~3개월은 '요주의', 3개월 이상은 '고정', '회수의문'으로, 12개월 이상은 '추정손실' 등 총 5단계로 분류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저축은행업계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올라가면, 올라간 대손충당금 적립률만큼 저축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상향 조정 폭이 2%포인트로 큰 '요주의' 차주의 경우 저축은행들이 대출을 꺼릴 우려도 있다. "요주의의 경우 7% 충당금을 쌓고, 인건비와 조달금리까지 더하면 당장 남는 게 없다"며 "수익을 가져가려면 대손충당금 이상의 금리를 받아야 한다"는 게 저축은행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당금은 대출금이 상환되면 다시 환입되는 돈이다. 하지만 평균 대출 기간 1년 동안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는 만큼 순익은 줄어든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있는 저축은행들은 그해 당기순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환입이 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충당금 적립률이 늘어나는 만큼 당장 순익을 더 내기 위해 대출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에 대한 건전성 기준 강화가 중소기업의 금리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자금 대출액은 34조7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9조590억원) 대비 17.2%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4조6000억원을 대출했다. 이 중 중소기업에 나간 돈만 33조2000억원으로 96%에 달한다. 사실상 저축은행들이 중소기업 자금줄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요주의 분류 여신 비중을 전체 기업 대출의 2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약 6조9000억원 수준이다. 정상으로 분류되는 차주도 충당금 적립 기준이 0.15%포인트 오르면서 일부 금리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대한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 같은 충당금 적립기준 강화는 정작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줄을 막힐 수 있는 규제"라며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기업에 대한 대출이 끊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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