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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환경정책에 반발 잇따라...유럽發 보호무역주의와 다를 것 없어"

기사등록 : 2019-12-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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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유럽연합(EU)이 오는 2050년까지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한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유럽)의 목표는 2050년까지 첫 번째 탄소 중립 대륙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U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그린딜' 초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EU가 마련한 녹색정책이 국제무역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유럽 국가 외에도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개발도상국들은 EU의 녹색 정책이 보호무역주의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2019.12.12. [사진=로이터 뉴스핌]

◆ EU 녹색정책, 외교적 갈등 불러 일으켜

그린딜에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상향해 '50% 이상 감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탄소중립 정책으로 타격을 받는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U의 녹색정책은 유럽 내부에서도 비난에 직면했다. 특히, 폴란드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석탄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폴란드 입장에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폴란드는 녹색정책으로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린딜에는 탄소국경세 도입 계획도 포함됐다. 이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에서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가리킨다. FT는 탄소국경세가 폰데어라이엔 신임 집행위원장의 임기 내 시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매체는 그러면서도 탄소국경세가 벌써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EU는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탄소국경세가 사실상 관세 장벽을 세우는 보호무역주의와 다를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유럽 철강업계는 이 같은 계획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들은 이전부터 중국과 한국 등 EU보다 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탄소국경세가 도입될 경우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이들의 위치가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EU의 각종 환경정책은 개발도상국에서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일례로 유럽 국가의 지도자들은 브라질의 아마존 산불 대처 문제를 EU-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연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EU는 여기서 더 나아가 FTA의 조건으로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환경보호운동가들은 결국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게 환경파괴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의 호석 리-마키야마 연구원은 지난해 식물성 기름인 팜유에 대한 유럽의회의 조치를 거론하며 "끔찍한 보호무역주의자 연합이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2030년까지 팜유를 퇴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팜유가 삼림파괴의 주범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안 통과에는 과학적 근거보다 유럽의 오일시드(콩, 면화씨, 해바라기씨 등 기름을 짤 수 있는 농산물) 재배업체들의 로비의 영향이 컸다고 지적한다.

팜유 최대 재배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여기에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근대 식민주의"와 같다고 비난했으며, 말레이시아팜유소작농협회 회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에 빗대어 "작물 아파르트헤이트"라고 표현했다. 

FT는 이처럼 EU의 부주의한 환경정책들은 세계 각국 정부와의 관계 악화에도 일조하고 있으며, 향후 EU 신임 집행위가 더 많은 외교적 갈등에 부딪히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로펌 호건 라벨스의 파트너 변호사 루르드 칼트레인은 "폰데어라이엔이 이끄는 집행위가 무역 파트너들에게 실용적이고, 적절한 환경 조치를 요구하지 않을 경우 무역과 환경 목표 그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깃발 [사진=로이터 뉴스핌]

saewkim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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