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오전 10시 10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4300억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이중근 부영 회장이 지난 9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림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9.25 pangbin@newspim.com |
검찰은 "원심 구형과 같은 중한 형을 선고해달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불가피한 상황이나 관행 등을 운운하는 것은 성실한 기업가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일반 국민과 달리 회사 사정 등을 이유로 중한 처벌을 면한다면 다른 기업인들의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회장은 과거 횡령 범행에 대해 집행유예의 기회를 받았음에도 반성할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며 "대다수 일반 국민들이 얻지 못한 이런 기회를 또 주는 것은 특혜이며 국민에게 깊은 상실감을 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법리적으로 무죄를 다투지만 사실관계 자체는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며 "잘못한 부분을 겸허히 받아들여 반성하고 있고 피해 역시 모두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인으로 늘 회사의 이익을 생각하며 행동해왔고 향후 외부 준법경영 감시 체제 등을 완비할 예정이다"며 "피고인이 살아온 인생 전반과 더불어 이런 사정들을 깊이 살펴 피고인이 자신의 과를 공으로 갚을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관대하게 선고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 회장은 최후변론에서 "먹을 것을 찾아 상경한 이후 지금까지 각 종업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1년 365일 출근해 회사 일에 매달려 왔다"며 "결국 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부영 임직원 가족과 국민들께 누를 끼쳐 송구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저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에 회사를 이용하려는 생각은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부족함을 깨달았고 (이런 과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준법 정규 감사 등 제도화가 절실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평생 이룬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잘 정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선처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분양수익을 높이기 위해 실제 건축비가 아닌 표준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 전환 가격을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자신의 골프장, 아들의 연예기획사 등 부실 회사에 계열사 자금 2300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도 있다.
또 2004년 계열사 자금 120억원을 횡령해 부영 주식 240만주를 차명으로 취득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중 해당 주식을 양도해 피해를 변제하겠다며 법원을 속이고 석방된 후 2007년 자신 명의로 주식을 전환해 세금을 포탈하는 등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이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 중 횡령·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인정된 금액은 횡령 366억5000만원, 배임 156억9000만원 등이다.
이 회장은 공소사실 가운데 상당 부분이 무죄로 판단되면서 보석 결정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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