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타다 논란' 등 신사업 관련 사회적 갈등을 수수방관했던 정부가 뒤늦게 상생혁신기금 조성이라는 카드를 내놨다. 신사업 진출 기업이 낸 상생혁신기금으로 기존 사업자 손실을 보전하는 등 양보와 타협을 유도한다는 게 정부 셈법이다.
정부가 고심 끝에 꺼낸 방안이지만 전문가는 '임시방편'이라고 꼬집는다. 신사업이 우후죽순 출현할 때마다 상생혁신기금을 조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사업 초기 단계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상생혁신기금이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내년 신사업 관련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한걸음 모델(가칭)'이 구축되고 상생혁신기금(가칭) 조성도 추진된다.
공유 숙박 등 신사업 출현으로 사회적 갈등이 심할 때 정부와 이해 관계자, 전문가가 마라톤 회의를 열어서 갈등 요소를 명확히 한 후 사회적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자는 게 한걸음 모델이다. 정부는 사회적 타협 방식으로 △규제샌드박스 활용 △이익공유 협약 체결 △협동조합 결성 △상생혁신기금 조성 등을 제시했다. 이 중 상생혁신기금은 정부가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인 아이디어다.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0년 경제정책방향 [자료=기획재정부] 2019.12.19 ace@newspim.com |
상생혁신기금은 기업과 정부, 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다. 먼저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이 기여금을 낸다. 정부도 일정액을 기금에 출연한다. 혁신적인 사업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지불한 돈의 일부(이용료)도 기금에 들어간다.
정부는 이렇게 모은 기금을 사회적 타협 촉매제로 사용한다는 계산이다. 예컨대 플랫폼 운송 사업자가 낸 기여금으로 택시 기존 종사자 복지를 확대하는 식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산림 관광을 개발한 사업자가 낸 기금(개발 이익금 중 일부)으로 해당 지역 환경을 정화하는 경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혁신사업모델을 도입할 때 수반되는 기존 이해 관계자 보상 등 필요 자금을 기업과 소비자, 정부가 분담하는 등 새로운 해결책 찾자는 문제의식 아래 내년 상반기 안에 사회적타협 메커니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타다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신사업 허용 여부를 놓고 이해 관계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한국사회가 지불할 비용이 크다고 봤다. 기업과 국민이 한 발씩 물러나서 상생혁신기금을 조성하면 적은 비용으로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이재웅 쏘카대표(상)와 택시업계 반대 시위 모습 [사진=뉴스핌DB] |
하지만 전문가는 상생혁신기금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신사업 진출 기업이 출연금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등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꼬집는다.
곽노성 한양대 특임교수는 "법에서 정한 세금이 아닌 또 다른 것을 내야 한다면 소비자는 일종의 준조세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정부는 소비자 편익 증진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곽노성 특임교수는 "사업 초기 단계여서 기업이 기금을 낼 수 없는 경우에는 (상생혁신기금이) 또 다른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는 신사업으로 파급효과가 명백할 경우에는 기존 사업자가 새로운 사업에 적응하거나 사업을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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