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서울시교육청의 안일한 태도로 매입형 유치원인 '은비유치원'에서 개원 연기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예산 삭감·편성이 반복, 행정 절차 기간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최대 2달까지 재개원이 연기되면서 학부모들의 교육·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교육계에선 '서울시교육청 책임론'까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9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매입형 유치원인 은비유치원 개원이 행정 절차, 개교 준비 과정 등으로 4월 1일 혹은 5월 1일까지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최상수 기자] |
◆서울시의회 예산 심의서 삭감·복원 번복, 행정 절차 지연
매입형 유치원은 매매 신청을 한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의 심사를 거쳐 일정 기준에 부합되는 곳을 선정·매입해 공립유치원으로 재개원하는 모델이다.
지난해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이후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은비유치원도 서울시교육청의 2019년 2기 매입형 유치원에 선정, 2020년 3월 초 공립 '청림유치원(가칭)'으로 재개원을 진행 중이었다.
은비유치원은 대형급 유치원에 속하는 곳이다.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10월 기준 172명의 유아가 재원 중이다.
하지만 은비유치원은 예산 삭감과 복원 과정을 겪으면서 개원 시기가 최대 2달까지도 늦춰질 위기에 처했다. 공백 기간이 생기면서 170여명의 원아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은비유치원 등 사립유치원 5곳을 사들여 매입형 유치원으로 재개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유재산관리계획과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은비유치원의 경우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부적절한 회계 운영으로 경고 처분을 받은 곳이라며 매입을 불허했다.
은비유치원 공립 전환 취소 무효화를 촉구하는 서울시교육청 시민 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논란이 거세지자 은비유치원 매입 예산은 최종 심의 과정에서 복원됐다.
◆3월 공립 재개원 '불투명', 학부모들 "1달 짜리 선생님이 웬 말"
가까스로 공립 전환이 재추진됐지만 3월 초 공립으로의 개원이 불투명해지면서 학부모들 혼란은 가속화됐다. 기존 은비유치원의 교원 대부분은 이직이 확정, 교원 수급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 등에서다. 은비유치원은 개원 공백 기간에 사립으로 유지된다.
은비유치원에 유아를 보내고 있다는 박모씨는 "1~2달 일하고 기간제 선생님이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일할지도 걱정되고 내 아이처럼 신경 써줄 것 같지도 않다"며 "아이들은 선생님 한 마디에 좌지우지 되는데 적응하는 과정에서 또 선생님이 바뀔 수 있다니 절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또 "공립 전환도 갑자기 통보해 황당했는데 개원까지 늦춰질 수 있다니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서울시교육청에서 제대로 공지를 해주지 않아 학부모들끼리도 혼선이 많은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공립 전환 과정에서 유아와 학부모들에게 피해를 줬다. 이는 명백한 행정당국의 책임"이라며 "공립 전환 공백 기간에 유치원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립 전환 과정에서 학부모 의견 수렴 등 정제 작업을 해야 했는데 제대로 처리가 안 된 점도 문제"라며 "피해가 예상됐었던 만큼 서울시의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장과 실무 부서의 의견을 종합해 최대한 개원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기준 2월 말과 3월 초 사이에 열리는 임시회에서 공유재산관리 계획을 의결 받아야 하는 등 행정 절차가 남아있다"며 "학부모, 설립자 등과 협의를 한 뒤 관계 부서 전체가 실무적으로 가능한 날짜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3~4월 중에는 개원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청림유치원의 교원 정원은 이미 확보한 상태라 발령 내는 시기를 조정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 매입형 유치원 추진 계획.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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