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여당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도 높은 규제책이 주택 실수요자들 불만만 키워 내년 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수도권과 40대층을 중심으로 30%대로 주저앉았다. 정부가 내놓은 12·16 부동산 대책이 주요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12.12 kilroy023@newspim.com |
정부는 지난 16일 세제·청약은 물론 대출까지 관련 수단을 사상 최고 수위로 규제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초고가 아파트(시가 15억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9억원 이상 거래되는 아파트도 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40%에서 20%로 줄이는 등 고강도 대출 규제를 가동했다.
이번 대책이 발표된 직후 여당은 연이틀 공개회의에서 보완책을 주문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윤관석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1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대책이 함께 있어야 한다"며 "현재 가점제 청약제도에서 당첨이 어려운 35~45세 무주택자들에게 맞춤형 공공분양주택이 대량 공급될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부의장은 전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한 당정 회의에서도 부동산 대책을 보완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수석부의장은 "구조적으로 서울 시내 실수요자들의 접근이 가능한 가격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며 "정부가 공급 차원에서 적극적인 실수요자 대책을 마련해주길 부탁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정부가 국토교통위를 비롯한 당과 상의 없이 고강도 대책을 발표한 데 대한 불만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도 높은 규제에도 집값을 잡지 못할 경우 오히려 당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위의 한 관계자는 "당이 온통 부동산 얘기 뿐이다. 현금 부자들만 지키는 대책이 아니냐는 반응"이라며 '부동산 대책 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일단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제대로 된 처방전인지 의문은 든다. 공급 자체가 부족한데 수요자들 돈줄만 틀어막는 것은 아닌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의원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당장 대출 규제가 막힐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며 "지방 (민심은) 조금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17일~19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눈에 띄게 빠졌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12월 3주차 민주당 지지도는 37%. 전주 대비 5%p 내렸다. 모든 연령층 가운데 50대 지지율이 가장 큰 낙폭(▼9%p)을 그렸고 40대 지지율도 6%p 빠졌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경기 지역 하락폭(▼8%p)이 가장 컸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부동산 대책이 민주당 지지율에 즉각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국갤럽의 정지연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는 연동된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주 대통령 국정지지도 평가도 지난 두 달간 이어오던 상승세가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발표한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여러 정책들이 조명된 탓"이라고 봤다. 이외에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선거법 협상이 잘 풀리지 않는 점이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분석됐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규제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부동산업자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강남 부자들만 지키고 지방은 죽인다는 인식에 여론이 굉장히 안 좋다"고 설명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부동산 대책이 가장 큰 쇼크"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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