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제약·바이오기업 P사는 2011년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던 비상장회사 A사를 합병했다. 합병당시 회계처리하면서 A사에서 상업화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치료제a를 개발비(약 100억원)로 인식했다.
합병 이후 치료제a에 대한 임상환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추가적인 임상 진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치료제a와 투입원료는 같지만 제조방식을 변경한 치료제a' 개발을 결정했다. 2012년 치료제a'에 대한 연구자임상(상업화 임상 전단계)에 참여하면서 치료제a'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P사의 치료제 개발 경과 2019.12.20 rock@newspim.com [자료=금융감독원] |
이후 P사는 2015년 말과 2016년 말에 치료제a 개발이 중단됐지만, 치료제a'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사유로 외부 평가기관을 활용해 개발비(약 100억원)에 대한 손상검사를 수행했다. 손상검사 때 △실현불가능한 개발 완료 시점(3년 이내) △시판 이후 건강보험 등재를 적용한 300% 매출 증가율 설정 등을 적용해 사용가치(약 120억~160억원)를 산정하고, 개발비에 대한 손상을 인식하지 않았다.
P사 감사인도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 회사의 설명에만 의존해 제조방식 변경에 따른 임상 중단 여부 확인 등 추가적인 감사절차를 수행하지 않았다.
개발비(무형자산) 계상액에 대해서는 연 1회 이상 손상검사를 수행해야 한다.
결국 P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회계기준 위반을 지적받았다. 제조방식이 상이한 치료제a와 치료제a'를 동일한 개발 프로젝트로 잘못 판단해 재무상태표에서 개발비를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사가 지적 받은 '개발비 손상차손 미인식'과 같은 회계오류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감리 지적사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기업들이 기존 지적 사례를 참고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22일 금융감독원은 '회계감리 지적사례 DB'를 공개했다. 2018~2019년 감리 지적사례 중 반복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29건을 사례화해 발표했다.
주요 지적사례는 △판매가격 하락으로 재고자산 순실현가능가치가 취득원가보다 하락했지만 취득원가로 측정 △총 자산의 15%를 차지하는 관계기업 재무제표(미감사)를 검토없이 그대로 인용해 과대계상 △종속회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계속 당기손실을 시현하고 있음에도 손상여부 미검토 등이다.
개발비 손상차손 미인식도 감리 주요 지적사례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발비에 대한 손상 징후는 업종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평가전문가를 이용한 측정결과에 대해서도 적정한 가정을 사용한 것인지 회사 경영진이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재무제표 심사나 감리결과 이후 반복될 수 있는 사안은 주기적으로 기업·감사인에 상세히 안내해 기업의 투명한 회계처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세부 지적사례는 금융감독원 회계포탈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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