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지난 25년간 전세계의 바둑판을 휩쓸었던 '풍운아' 이세돌이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은퇴 최종 대국에서 패했지만 "한 판 잘 즐기고 간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세돌은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NHN 바둑 AI 한둘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최종 3국에서 180수 만에 불계패했다.
지난 1국에서 흑으로 2점을 먼저 좋는 접바둑으로 불계승을 거둔 이세돌은 2국에서 한돌과 호선으로 맞대결을 펼쳤으나 122수 끝에 불계패를 당했다.
치수가 다시 2점에서 덤 7집반으로 조정된 이날 최종 3국에서 이세돌은 "내 바둑을 두겠다"는 임전각오대로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다.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이세돌(오른쪽)이 한돌과 바둑을 두고 있다. [사진= NHN] 2019.12.21 taehun02@newspim.com |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AI 한돌의 승률그래프. [사진= NHN] 2019.12.21 taehun02@newspim.com |
일찌감치 우하에서 불꽃을 당겼다. 어려운 수읽기 싸움에서 한돌의 묘수가 나왔지만, 이세돌도 묘수로 응수했다. 이른바 '묘수 공방'을 펼친 끝에 한돌의 자체 승률이 1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팻감에 이세돌 9단이 아쉬움을 남겼고, 한돌은 묘수를 발휘하며 대마를 살렸다. 이 과정에서 이세돌은 하변 5점이 잡혔으며, 일단락된 공방에서 한돌 승률이 30%로 올라섰다.
우상으로 옮겨진 공방, 좌상 95수째에 한돌은 자신의 승류률을 정확히 50%로 진단했다. 이후에도 이세돌은 큰 실수가 보이지 않았으나, 부분 부분에서 조금씩 승률이 하락했다.
이어 한돌의 '기발한 맥'이 나왔다. 백97과 99가 호착, 이세돌의 허를 찌른 이 수로 승률 70%를 넘겼다. 중국의 절예를 비롯한 그 밖의 AI도 일제히 한돌의 우세를 진단했따.
승률 50%를 넘긴 후 한돌의 수는 빈틈이 없었고 침착했다. 이세돌 9단은 후회를 남기지 않을 상수로 자신의 바둑을 이어나갔고, 110수 부터 이번 대결 최초로 초읽기에 들어가는 투혼을 불살랐지만, 인공지능 한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를 마친 이세돌 9단은 "후반에 예상못한 수를 당해서 흔들렸다. 초반, 중반 선택이 좋지 못했던 것 같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한돌'은 접바둑으로 따지면 강다하고 인정하기 그렇다. 제가 아니라 좋은 후배들이었다면 이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경기 후 기자회견을 하는 이세돌(가운데). [사진= NHN] 2019.12.21 taehun02@newspim.com |
이세돌 9단은 "초반과 중반까지는 괜찮았는데, 예상 못한 수를 당한 이후로 많이 흔들렸다. 초반에 더 좋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갔으면 1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바둑 인생을 돌아보며 "한판 잘 즐기고 간다는 생각이다. 예전에는 '바둑이 인생이다'라는 말을 했다. 지금도 변함은 없지만, 이제 바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인생의 전환점이나 반환점이다. 인생의 절반 정도는 바둑이 계속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서는 "어려웠을 때도 있지만, 즐거웠던 순간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도 졌지만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마지막 순간이 행복해서 정말 기쁘다.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했다.
이세돌 9단은 자신의 은퇴 대국 최종전이 고향에서 열린 점에 큰 의미를 뒀다. 그는 "가족과 함께 한 것이다. 서울이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고향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 좋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9단은 한돌에 대해 "전체적으로 제가 아닌 좋은 후배 기사였다면, 한돌이 쉽게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의 인공지능 '절예'와 비교해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바둑 팬들께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바둑 외적으로는 떠나지만, 많이 응원해주시기 바란다. 그동안 부족했거나 실수한 부분은 어렸고 젊었을 때이니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란다. 좋았던 점으로 기억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이번 대회를 개최해주신 여러 관계자분과 지금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 이 자리에 계신 어머니, 형, 누나들 너무 감사드린다. (걸그룹) 구구단의 김세정 씨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제가 좋아하는 분인데 그분께도 감사의 말을 드린다"고 마무리했다.
1995년 7월 제71회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기사가 된 이세돌은 지난달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24년 4개월간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통산 18차례 세계대회 우승과 32차례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세돌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을 벌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인류 유일의 프로기사인 이세돌은 자신의 은퇴 대국도 국내 최강의 인공지능과의 대결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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