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치유학교 샘'은 종착지입니다. 더 지체할 수 없는, 무너지기 직전의 아이와 부모가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 같은 곳이에요."
박주미 병원형 대안학교 '치유학교 샘' 교장(성모샘병원 원장)은 23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성모샘병원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싸움질만 하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모여 앉아 문제집을 풀고 공부하는 모습을 봤다"며 "병원에서 공부하는 날을 수업 일수로 인정받으면서 치료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치유학교 샘은 우울증·조울증 등 정서 장애, 충동 조절이나 폭력성을 동반한 품행 장애, 게임 중독, 행동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지적 장애 등의 학생들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전국 최초의 병원형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위탁형 대안학교)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박주미 치유학교 샘 교장. mironj19@newspim.com |
◆입원·퇴원 반복으로 결국 유급, 치료·학업 필요성 절실
위탁형 대안학교는 서울 관내 정규 학교에 학적이 있는 학생들이 위탁형 대안학교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재적학교(원적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치유학교 샘은 2012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학력 인정 인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박 교장은 "원적교 출석일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다가도 2개월 후엔 퇴원 시켜야 한다"며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원적교 복귀·병원 입원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는 고등학생 나이가 됐는데도 유급으로 계속 중학교 1학년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소아청소년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정작 고가의 치료비 등으로 소아청소년들이 갈만한 병원이 많지 않아 개교를 결심했다"고 했다.
치유학교 샘은 중학교 과정 2학급·고등학교 과정 2학급으로, 2019년 현재까지 500여명의 학생들이 다녀갔다. 지금은 6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진 국·영·수 등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과 예술 치료 등의 학교 자율 교육과정으로 운영 된다. 이후엔 자유 시간, 치료 시간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학년 정도 있다가 원적교로 복귀한다. 짧게는 2~3개월만에 좋아져서 퇴원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박 교장은 "부모님들이 기록에 남지 않을지 취업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지 많이 걱정하고 아이를 정신과에 입원 시켰다는 죄책감도 느낀다"며 "하지만 중학생이 넘어가면 전문가의 치료 없이 부모님이 케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직까지 사회적 편견으로 정신과 문턱을 넘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문턱만 넘으면 내과적인 치료와 크게 차이가 없다"며 "성인이 되선 치료해도 변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치료 확률은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 '마음의 상처' 학생 증가 , 국가가 병원형 대안학교 주도해야
치유학교 샘은 위탁형 대안학교 중에서도 '예술치료'에 특화 돼 있다. 박 교장은 "학생들의 억압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음악 활동, 댄스, 그림 그리기 등 예술 치료에 방점을 찍고 운영 중"이라며 "집단으로 모여서 하는 활동이라 심리적으로 많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치유학교 샘 로고. mironj19@newspim.com |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생들은 개교 초기보다 늘어났다. 박 교장은 "학령 인구가 줄어 들고 있는데 치유학교 샘에 오는 아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며 "점점 더 해체 가정이 늘어나고 개인주의 성향의 사회가 되다 보니 힘든 친구들은 더 많아졌다"고 했다.
이어 "케어가 안 될 정도로 난동을 부리는 품행 장애 학생들로 선생님들의 권위는 떨어지고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은 '폭탄 돌리기'처럼 계속 강제 전학을 다니게 되는 패턴"이라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친구들이 방치 돼 사회로 나오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등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울먹거렸다.
5층은 4개의 교실·교무실, 6층은 남자병동, 7층은 여자병동으로 운영 중이다. 담임 교사 4명,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국·영·수 정규 과목 교사, 음악 치료·무용 치료·연극 치료 등 예술 치료 강사, 사회복지사 등 20여명의 인력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책임감으로 뭉쳤다.
박 교장은 위탁형 대안학교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강조했다. 박 교장은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질 높은 프로그램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병원형 대안학교는 개인이 할 일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 선진국과 지원금이 많게는 100배까지도 차이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치유학교 샘에서 치료와 학업을 병행해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도 있고 취업한 친구도 있지만 상위 학교 진학·취업이 힘든 친구들은 경계성 지능, 지적 장애 3급 학생들"이라며 "앞으로는 이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까지 될 수 있도록 교육-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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