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한동안 잠잠했던 중국의 불량 식품 문제가 다시 터졌다. 7년전 가소제(可塑劑) 첨가로 문제를 일으켰던 고량주 제조업체 주구이주(酒鬼酒)에 사용이 금지된 인공 감미료 사이클라민산나트륨이 사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사회에 파문이 커지고 있다.
다른 고량주 제품에서도 금지 식품 첨가제가 사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주류 업계가 일제히 긴장하고 있다. 증시에서도 문제가 된 주구이주 주가가 폭락하면서 고량주 섹터 전반에 영향을 미칠까 투자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구이주는 후난성(湖南省) 특산 고량주 브랜드다. 1956년에 설립됐고 1997년 선전거래소에 상장했다. 이 브랜드는 지난 2012년에도 가소제가 대량 검출돼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이클라민산나트륨은 단맛이 설탕의 40~50배에 달하는 인공 감미료다. 그러나 안정성에 문제가 드러나 1969년 식품첨가물 지정에서 제외됐다. 중국에서는 일반 음료, 케이크, 복합 조미료, 혼합 주류에는 첨가를 허용하지만 고량주에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고량주에 첨가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이클라민산나트륨 첨가는 주구이주의 총판 책임자의 폭로로 알려졌다. 시나닷컴(新浪) 등 복수의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21일 주구이주의 전 총판 책임자 스(石)모 씨가 실명으로 2012년산 54도 500ml 주구이주 제품 '라오주구이'에 사이클라민산나트륨이 검출됐다고 '폭로'했다. 동시에 관계 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주구이주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해당 금지 식품첨가물을 구입한 사실조차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현재 관계 기관이 제보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 시장과 증시 동요, 가소제 '악몽' 재현 우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시장은 크게 동요했다. 중국 사회가 그간 겪어온 각종 불량식품 사건에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는 데다, 고발된 업체가 불과 몇 년 전에도 가소제를 첨가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소식이 전해진 후 24일 A주에선 주구이주의 주가가 폭락했다. 놀란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매도 주문을 넣었고,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로 떨어지며 거래가 중지됐다.
하루 만인 25일 시장이 비교적 안정을 되찾으며 주가가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루 전날 가격 급락으로 입은 손해도 만만치 않다. 하루 동안 13억위안의 시총이 증발했다.
주구이주는 올해 1~3분기 100억위안 매출 목표를 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예고했었다. 당시 시장은 '놀랍다'라는 반응이었다. 2012년 가소제 파문으로 2013년과 2014년 손실을 기록했고, 2015년 중앙 국유 기업인 중량그룹(中糧就團)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00억위안의 실적을 기록하기엔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이 회사가 올해 1~3분기 실현한 매출은 10억위안에도 못 미쳤다.
증시에서는 고량주 섹터가 '블랙스완(돌발 리스크)'을 만났다는 분위기다. 주구이주에 대한 소비자와 투자자의 불안이 다른 고량주 종목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거 가소제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고량주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2012년 주구이주 고량주에서 기준치의 260%에 달하는 가소제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일 고량주 섹터에서 하루 만에 320억위안의 시총이 증발했다. 고량주 업계에선 이 사건을 '대지진'에 비유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특히 올해는 A주 고량주 지수가 70% 넘게 상승했고,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었던 터라 이번 금지 식품첨가제 파동의 영향에 시장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올해 3분기 주구이주 종목의 추가 매수 추천을 냈던 자오상(招商), 궈타이쥔안(國泰君安), 둥싱(東興), 화샤(華夏) 등 다수의 증권사들의 입장도 난감하게 됐다.
사건이 터지자 중국 주요 증권사들은 서둘러 사이클라민산 나트륨 사태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고 있다.시장이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체로 이번 파동이 고량주 섹터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궈타이쥔안은 △ 이번 사건의 본질이 금지 식품첨가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닌, 제조업체와 총판 사이의 계약 유지에 관한 분쟁으로 비롯됐으며 △ 과거 가소제 사건으로 고량주 업계의 자율적 품질관리가 강화됐고 △ 고량주 업계에 큰 충격을 줬던 정부의 삼공경비(공무원의 공무 접대비, 해외 출장 경비, 차량 구입 및 운행비) 제한 규제가 완화되지 않았음에도 고량주 산업이 자체적으로 성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발암 우려' 첨가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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