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대법원이 택시 운행 중 승객이 두고 내린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은 택시기사에 대해 그가 이를 돌려주려고 한 정황이 인정된다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50대 김모(55)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택시기사인 김 씨는 지난해 2월 택시 운행 중 손님이 두고 내린 휴대전화를 다른 손님으로부터 건네받아 반환 절차를 받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경찰의 연락을 받자 이를 제출했다. 이에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김 씨는 수사기관에 휴대전화를 돌려주기 위해 보관을 하고 있었고 잠금이 설정돼 있어 전화를 걸 수 없었고 배터리가 없어 충전을 시도했으나 충전기가 맞지 않아 충전을 하지 못했을 뿐 이를 횡령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김 씨의 이같은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이 휴대전화를 불법 영득할 의사를 갖고 이를 가졌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영득할 의사였다면 충전을 해달라고 부탁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고 해당 휴대전화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충전기로 충전할 수 없고 화면을 켜는 것도 조금 다른 방식이어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사용이 쉽지 않은 면도 있다"고 했다.
반면 2심은 김 씨가 해당 휴대전화를 불법으로 취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 그를 유죄라고 보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은 휴대전화를 피고인이 운행하는 택시 글로브박스에 넣은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 경찰서에 출석하게 되자 그제야 이 사건 휴대전화를 돌려 줄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며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자 차량내 블랙박스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은 그러나 이같은 판결을 다시 뒤집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1심을 토대로 해당 판결을 파기했다"며 "진술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할 만한 사정이 있거나 추가 증거조사 등을 거쳐 1심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1심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한 이유가 이 사건과 관련돼 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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