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집회 신고를 해놓고 실제 집회는 열지 않는 이른바 '유령집회'가 여전히 판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력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유령집회를 뿌리뽑기 위해 과태료 부과 규정까지 마련됐으나 실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경찰에 신고된 전체 집회는 총 151만7104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로 열린 집회는 6만8262건(4.4%)에 불과했다. 전체 신고 집회가 100건이라면 약 95건이 유령집회인 셈이다. 유령집회는 해마다 비슷한 추이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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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8만4359건으로 전체 신고집회의 96.2%를 차지하던 유령집회는 2014년 131만8656건(96.8%), 2015년 135만6262건(96.7%), 2016년 104만221건(95.8%), 2017년 105만8396건(96.1%), 2018년 144만8842건(95.6%) 등 매년 95% 이상이나 된다.
유령집회는 경찰력 낭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신고된 집회 장소에 정보·경비 분야 인력을 배치할 수밖에 없다.
유령집회의 또 다른 문제점은 타인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집회 장소를 선점해버리면 다른 단체나 시민들은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 수 없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경찰은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집회 신고가 있는 경우 뒤늦게 접수된 집회에 대해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 원활한 집회 진행을 위해서 경찰이 선착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부 기업은 노동조합의 집회를, 시민단체는 반대 진영 단체의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법을 악용, 유령집회를 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에 지난 2017년 집시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집시법 제26조에 따르면 집회 선순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회를 열지 않았을 경우 경찰은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경찰이 집회 후순위자에게 '금지 통고'를 한 상황에서 선순위자가 '철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집회를 개최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법률이 개정된 2017년부터 최근까지 경찰이 유령집회와 관련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령집회에 따른 피해를 근절하고자 법률 개정까지 이뤄졌지만 정작 실제로는 전혀 활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최대한 시민분들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려고 하다보니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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