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이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력자인 거셈 솔리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한 것을 계기로 그 동안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힘겨운 저글링을 하며 비교적 중립을 유지하던 이라크와 레바논 등 중동국들은 갑자기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분석했다.
[로이터=뉴스핌] 백지현 기자 = 친이란 시파아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좌)와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을 확인했으며, 이라크 관계자들은 이날 공격으로 알 무한디스도 사망했다고 밝혔다. 2020.01.03 lovus23@newspim.com |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지난 10년 간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착실히 확대해 왔으나 최근 중동 전역의 각종 시위로 그러한 영향력이 위태로워진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
이라크에서는 이란으로부터 외면 받았다고 느낀 시아파 무슬림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시위를 지속하면서 시아파 성지인 카발라와 나자프에 위치한 이란 영사관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정부의 부패에 염증을 느낀 시위대가 친이란 헤즈볼라 세력이 장악한 정치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다.
시리아에서는 레바논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쿠드스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바샤르 알-아사드가 9년 간의 내전 끝에 나라 전체를 피로 물들이고 권력을 잡도록 도왔다. 하지만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이란의 노력도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뿐 아니라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던 러시아가 터키와 손을 잡으면서 위태로워졌다.
이 가운데 이란에 '최대한의 압력'을 주려는 미국의 제재로 쿠드스군은 자금력이 동 났고 국내 혼란을 저지하지 못했다.
이처럼 수세에 몰린 만큼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살되기 전부터도 이란은 전략적 우위를 회복하기 위해 조만간 공격 행위에 나설 것이라고 중동 정부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에 대한 무인기 공격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의 내지 못한 후 이란이 공격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란은 공중전이나 해전 등 전면전에는 관심이 없다고 WSJ는 관측했다. 이란 지상군은 전투에 강하지만 공군이나 해군력은 거의 쓸모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란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이라크와 레바논을 반미 분위기로 몰아넣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미군의 공격을 빌미로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 세력이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습격한 것이 대표적인 측면 공격이다.
지난 1979년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목한 시리아와 달리 이라크와 레바논은 그 동안 미국과 이란 어느 쪽도 적으로 만들지 않고 버텨 왔다.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외교정책을 통제하고 이란 대리세력이 이라크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레바논과 이라크 군에 교육과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으로 이라크와 레바논은 이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고 WSJ는 내다봤다. 특히 미국과 이란, 중동국들의 공통의 적으로 작용했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격퇴된 지금 미국과 중동국들을 묶어줄 원동력이 없어진 상태다.
WSJ는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라크 내 미국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이라크에서 미국의 존재를 몰아내고 미국에 대한 정치적 반발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의 이러한 계획이 성공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라크와 레바논에는 비(非)아랍 이란의 속국이 되는 것을 원치 않고 미국과 완전 결렬을 조장하려는 이란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강력한 세력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중동에서의 철수를 재차 강조하고 시리아 쿠르드족을 배반함으로써 중동국들 사이 신뢰를 크게 잃었다. 중동국들에 미국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남이 돼 버린 셈이다.
반면 이란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한 후에도 떠나지 않는 중동의 일부라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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