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작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0.4% 오르면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가 너무 낮아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연초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지표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새해 벽두부터 소비자 가격이 잇달아 오르고 있다. 서민 식품으로 대표되는 라면, 소주부터 커피, 버거, 음료 등 가격이 잇따라 인상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연말연초 주요 식품, 외식 가격 인상 품목. 2020.01.06 hj0308@newspim.com |
◆ 소주, 라면, 외식 등 서민 대표 품목 안 오르는게 없다…업계 "원자재·인건비 때문"
부산·경남 지역 소주업체인 무학은 '좋은데이' 등 주력 제품 출고 가격을 이르면 다음주 6% 올릴 예정이다. 앞서 대전·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이젠 우리'를 판매하는 맥키스컴퍼니도 이달 2일부터 출고가를 6.4% 인상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작년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전국구 소주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때 지역 상생을 앞세워 동결을 선언 한 바 있다.
서민 대표 품목으로 불리는 라면, 가공유 등 가격도 올랐다. 농심은 둥지냉면과 생생우동 가격을 각각 12.1%와 9.9% 올렸고 매일유업은 이달부터 '매일허쉬초코렛드링크' '매일허쉬쿠키앤크림' 납품가격을 올려 소비자 판매가격은 편의점 기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다.
외식 업계의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는 지난 3일부터 커피, 음료 등 총 29종 메뉴 가격을 각각 100~200원 올렸다. 인상 품목은 엔제린스노우 8종, 커피류 8종, 티,음료 13종 등으로, 평균 인상률은 0.7%이다.
코카콜라는 지난 달 말 일부 제품 출고가를 일제히 인상했다. 코카콜라는 콜라 250㎖ 캔 제품 등 평균 5.8% 출고가를 올렸다.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도 일제히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버거킹은 와퍼 등 27종 제품 값을 평균 2.5%, 롯데리아는 버거와 디저트 26종 가격을 평균 2%씩 인상했다.
업계 1위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도미노 인상으로 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후발 업체들은 시장 반응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경기 침체 분위기에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거셀 것으로 관측되지만 원자재, 인건비 상승분에 따른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식품의 경우 가격을 올리는 부분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시장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연간 소비자물가동향 [자료=통계청] 2019.12.31 ace@newspim.com |
◆장바구니 부담 커지는데...디플레이션?
가공식품, 외식 등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0%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체감물가와 지표 간 간극이 더욱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작년 물가상승률(물가인식)은 지난해 1.8~2.4%로 나타났다. 통계청 발표와 최대 2%p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격차는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소득 증가율이 둔화하자 지출에 대한 체감이 더욱 크기 때문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부진에 따른 체감 물가와 지표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자물가를 산출하는 기준 품목이 최근 소비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것도 체감 물가와 지표 간 격차를 벌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비자물가는 460개 품목 평균 지수로 가중치를 둬 이를 산출한다. 해당 품목은 2015년 조정한 것으로 소비가 늘어난 품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통계청은 올해 소비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품목을 다시 조사해 2021년 통계부터 변화를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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