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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67세 女택시기사 성추행 교사 해임 정당…"사안 경미하다 단정 안 돼"

기사등록 : 2020-01-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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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혐의 교사 해임처분 취소' 원심 뒤집고 파기환송
대법 "사회적 경험 풍부·고령이라고 사안 경미하다 판단해선 안 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대법원이 67세 여성 택시기사를 성추행 한 초등학교 교감 A 씨의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특히 대법은 "피해자의 사회적 경험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고령이라는 점 등을 내세워 사안이 경미하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며 해임 취소 처분을 내린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 씨의 해임처분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7년 9월 택시기사 B 씨가 운전하는 택시 뒷자석에서 운전자의 신체 부위를 만져 추행한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근무 중이던 학교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A 씨는 이같은 징계처분에 불복해 이듬해 소송을 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술에 만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비위 행위를 저질렀고 추행 과정에서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 추행 정도도 경미하다"는 등 이유를 들어 해임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사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교사의 비위행위의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학생들에게 미칠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운전 중인 피해자의 신체를 추행한 것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가 인정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성폭력 행위 중 비위 정도가 심한 정도로 단정하기는 어렵더라도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파면'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해임 처분은 징계기준보다 가볍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은 이같은 판결을 취소하고 A 씨 측 손을 들어줬다. 2심은 "피해자는 사회경험이 풍부한 67세의 여성인 점과 피해자의 진술내용이나 신고 경위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느낀 정신적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은 항소심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대법은 "당시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택시 운행을 중지하고 A 씨에게 즉시 하차를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사회경험이 풍부하다거나 상대적으로 고령인 점 등을 내세워 사안이 경미하다거나 비위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가볍게 단정 지을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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