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타이베이 = 최헌규 특파원] '1월 11일 대만이 뒤집힌다'. '경제 대통령, 서민 대통령 한궈위를 총통부로...'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9일 저녁 8시 20분 . 타이베이(台北) 린선베이(林森北)로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가자 오른 편으로 총통부로 가는 대로가 나오고 도로는 대만의 국기 청천 백일기를 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린(林) 씨에게 무슨 인파냐고 묻자 기호 2번 한궈위(韓國瑜) 국민당 후보가 수백만 대중들을 상대로 유세를 하는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30분을 넘게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자 맨 뒤쪽 무대에 한궈위 후보와 주요 선거 참모들, 함께 선거를 치르는 주요 입법위원(국회의원) 후보들이 무대에서 연설과 구호, 노래를 열창하고 있었고 거리 곳곳에는 5~6개의 대형 전광판 무대로 실황이 중개되고 있었다. 인근 중산 남로 와 중산 북로 등 주변 주요 도로가 온통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산 남로에서 만난 가오(高) 씨는 기자가 지난달 1일 공표된 여론조사결과 두 후보 지지율이 30%이상 차이가 난다고 하자 "여론 조사 결과는 민심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100만명이 넘게 모였다. 11일 세상이 바뀔 것이다. 중화민국(대만)이 새로 태어날 것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뉴스핌 타이베이 = 최헌규 특파원] 대만 총통부 앞에 9일 저녁 1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국민당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한궈위 국민당 총통선거 후보의 유세가 펼쳐졌다. 2020.01.10 chk@newspim.com |
현장에서 만난 Y보 천(陳)기자는 선거 판세를 묻자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지난 1일이었다"며 "그사이에 지지율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차이잉원 후보가 지난해 12월말 여론조사 결과 처럼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최종 결과는 모르겠지만 표차가 현격히 좁혀진 것 만큼은 분명하다" 고 말했다.
천기자는 "현재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나라 두개의 체제)에 대한 이견이 선거의 큰 쟁점인데 유권자들의 관심은 다시 경제문제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청년층 유권자들이 중국 공산당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민진당 정책과 현 총통인 차이잉원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궈위 후보 캠프의 한 인사는 이날 저녁 기자와의 카톡 대화에서 "역대 대만 총통 선거의 직간접 이슈는 언제나 대륙과의 문제(양안관계)였다며 올해는 특히 홍콩사태가 발발하면서 국민당이 수세에 몰리게 됐다"며 "차이잉원 진영이 양안갈등을 선거 이슈화하면서 당초 지지율을 역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올 봄 홍콩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지지율에서 한궈위 후보가 앞섰다고 말했다.
[뉴스핌 타이베이 = 최헌규 특파원] 10일 대만 총통부앞에서 펼쳐진 총통선거 한궈위 국민당 총통 후보 유세에서 한 지지자가 총통으로 한궈위를 지지한다는 글귀가 적힌 소품 모자를 쓴채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2020.01.10 chk@newspim.com |
다수의 대만 선거 분석가들도 차이잉원 후보가 홍콩사태가 터지자 선거의 쟁점을 잽싸게 양안문제로 몰고가면서 지지율에서 역전극을 이뤄냈다며 만일 홍콩사태만 아니었다면 차이잉원은 100% 필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궈위 후보 진영 관계자는 선거 막판에 30%에 달하는 부동층 유권자들이 국민당과 한궈위 후보 지지로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궈위 후보는 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저녁 6시 자신의 지지기반인 남부 도시 가오슝의 멍스다이(夢時代) 쇼핑몰에서 마지막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현 총통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 진영은 '중국 공산당의 일국양제를 거부하고 공산당이 중화민국(대만)을 말살하려는 기도를 결연히 반대한다'는 정책을 강조하면서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
차이잉원 후보는 대만군 참모총장 사망사고로 선거운동을 짐시 중단했다가 지난 6일부터 고향인 대만 최남단 핑둥현 펑강에서 유세를 재개했다. 북상을 통해 9일 도원시 유세를 마치고 10일 타이베이에서 부총통 후보인 라이칭더와 합류해 막판 승세 굳히기 유세에 나선다. 차이잉원 캠프의 한 지인은 차이잉원 후보가 10일 총통부 앞에서 마지막 유세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귀뜸했다.
차이잉원 후보는 9일 유세 현장에서 "대만사회의 최대 공통 인식은 '중화민국 대만'이라고 주장하면서 대만의 주권은 어느 누구도 아닌 2300만명 대만 국민에 달렸다"며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뉴스핌 진먼다오 = 최헌규 특파원] 대만 총통선거를 이틀 앞둔 9일 중국 샤먼에서 가까운 대만 땅 진먼다오에 현 총통인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의 대형 플랭카드가 설치돼 있다. 2020.01.10 chk@newspim.com |
9일 늦은 밤 타이베이 시내 린선 베이루에서 만난 차이잉원 후보 측 지인은 "11일 선거는 대만의 주권을 공고히 하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벤트라며 순리대로 차이 현 총통이 재선돼 향후 4년간 집권 2기를 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국민당 한궈위 후보는 최근 참모총장 군용기 추락 사망사건에 대해 '국운이 다한 징조'라는 불순한 발언을 하면서 군 장성의 순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며 지도자로서 자질이 없다고 질타했다.
직전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 지지율을 보인 현 총통 차이잉원 후보는 지난 2016년 105년만에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에 당선 됐다. 차이 후보는 국립 타이완대를 졸업한 법학자이자 국제통상 전문가다.
차이 후보의 라이벌인 국민당 한궈위 후보는 타이베이현에서 퇴역군인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대만 동우대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2002년 입법위원(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가오슝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대선후보까지 올랐으나 한편으로는 국정 전반에 대한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는 '경제 대통령, 서민 대통령'의 이미지를 내세워 막판 표심 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타이베이=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