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현동(64) 전 국세청장의 2심 재판에서 검찰이 1심과 마찬가지로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40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청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북공작금 수천만원을 받고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협조한 혐의를 받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 /이형석 기자 leehs@ |
검찰은 "1심 (구형과) 같이 원용해달라"며 이 전 청장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8년에 벌금 2억4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국고손실 혐의 부분에 대해 "이 사건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추적 사업의 위법성은 국정원 내부 객관적 자료를 통해 여실히 확인됐다"며 "피고인은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우려하는 등 여러 정황에 의해 위법성 및 불법성을 충분히 인식한 사실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은 원 전 원장의 지시 하에 1억2000만원을 받아 피고에게 건넸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변호인 측은 김 전 국장이 다른 의도가 있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허위 진술을 할 아무런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대로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도를 알았다고 해서 국세청이 역외탈세에 대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극단적으로 정치인이 해외에 비자금을 숨겨 놓고 사망하면 국세청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전 국장의 진술 역시 자신에 대한 형사책임을 가볍게 하기 위해 국정원 자금 인출 목적을 비자금 추적 사업에 사용한 것이라고 허위 진술한 것"이라며 "진술의 신빙성을 따질 때는 그 사람의 인간 됨됨이도 중요하게 봐야 하는 데 김 전 국장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청장은 최후진술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참되게 살겠으니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청장은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세훈(69) 전 국정원장 등과 공모해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소문 추적 비용으로 해외 정보원에게 14회에 걸쳐 총 5억3500만원 및 5만 달러를 지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를 받는다.
또 2011년 9월경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를 요구한 원 전 원장에게 활동 자금 명목으로 대북공작금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도 있다.
당시 국정원은 해외에서 떠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풍문성 비위 정보를 수집·생산하는 비밀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검찰은 이에 가담한 이 전 청장이 원 전 원장에게 활동비를 요청한 것으로 봤다.
1심은 이 전 청장에 대한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국정원장은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장에게 업무 협조를 요청할 수 있고 국세청장은 이를 선뜻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공모 관계가 성립되려면 협조를 넘어 범행 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런 정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공여자인 원 전 원장과 김 전 국장 등 관련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2월 같은 혐의를 비롯해 총 10개의 병합사건에 대해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원 전 원장에게 1심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원 전 원장의 선고는 2월 열릴 예정이다. 이 전 청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은 3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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