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기자 = 서울시 마포구가 관할하는 공공 시장(市場)의 임대기간과 임대료 상승폭을 두고 관할 구청과 상인들의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올들어 계약 기간을 매년 갱신해야하고 임대료 인상폭도 높인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방침은 최근 정부의 주택 및 상가 임대차 제도 개선 방향과 배치되고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필두로 여권 인사들은 주택임대차 기간 연장과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상한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상가에 대해서도 건물주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등을 규제하는 상황. 이런 가운데 정작 공공기관인 서울시 자치구가 관리하는 시장에서는 정책방침과 배치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마포농수산물시장 관리인은 마포구 시설관리공단과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서울특별시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은 올해부터 상인들과의 임대차계약 기간을 1년으로 바꾸고 연 최대 5%까지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임대차 계약 규정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마포농수산물시장이 설립 후 운영된 20년 동안 임대차 기간이 2년이었는데 갑자기 임대차 기간이 1년으로 줄어든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은 지난 10일까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인에 대해서는 임대차계약이 자동 해지 되기 때문에 상가를 비워달라고 통보한 상태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공단은 일방적으로 바꾼 임대차 계약 조건을 내세워 상인들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하고 있으며 상인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내쫓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며 "상인들과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규정을 바꾼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임대료를 5% 증액하는 바뀐 규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상인연합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마포 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이 서울광장에서 마포구측의 임대차계약기간 단축 등에 반발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2020.01.13 donglee@newspim.com |
마포구의 갑작스런 농수산물시장 임대차 계약 변경의 표면적인 이유는 운영적자 때문이다.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신임 마포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운영 적자를 제기했고 이어 올들어 상가 임대차계약기간 단축과 임대료 매년 인상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공단의 적자주장도 일방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세한 적자 내역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 더욱이 이같은 계약 규정 개정은 전통시장 보호육성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할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줄어든 임대차 기간과 높아진 임대료로 인해 공공 상가에서도 민간 상가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포구 시설관리공단 측은 "상당수 임대 상인들이 바뀐 규정대로 임대계약을 맺은 상황"이라며 "공단의 방침이 정해져있는 만큼 규정이 다시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은 임대 상인은 규정대로 명도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공단측은 '데드라인'으로 못박은 지난 10일에는 명도를 진행하지 않고 반대측 상인들과 협의를 가졌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가락농수산물시장, 강서농수산물시장, 양재양곡시장의 임대차 계약기간은 2년이다. 다만 임대료는 이들 시장 역시 매년 5%씩 올리고 있다.
상인들은 임대료 매년 5% 인상은 운영 적자가 실제 상황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상인들은 마포농수산물시장을 원래 주인인 서울시가 환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서 마포농수산물 시장을 다시 서울시로 귀속시켜야한다"며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가 관리하게 되면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와의 억지스로운 임대차 계약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의 시장 환수는 당장 추진할 수는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서울시가 환수하려고 했지만 구청과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으며 오는 2021년 6월까지 운영권이 마포구에 위임된 상황"이라며 "환수를 하려고해도 내년 6월이 지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상가의 임대차계약기간 단축은 최근 여권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차인 보호 방침과 배치되는 부분이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주택 임대차는 시에 맡겨달라"며 임대차 기간을 현행 2년에서 더 늘리고 임대료 인상을 억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부동산 국민공유제' 도입을 주장하며 보유세를 걷어 모은 부동산공유기금으로 상가와 주택을 서울시가 사들인 뒤 이를 거주자와 상인에게 임대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와 자치구가 관리하는 시장과 상가에서는 오히려 계약기간을 줄이고 임대료를 인상으로 상인들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도 임대료 인상을 연간 최대 5%로 규정하고 있지만 관행적으로 임대료는 계약기간인 2년마다 한번씩 오른다. 이는 민간 상가 임대차 시장에서도 그대로 준용되고 있다. 반면 서울시 및 자치구 산하 공공상가는 매년 5%씩 임대료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민간 임대인에게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유로 온갖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면서 정작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공상가는 최고 수준의 임대료 인상과 짧은 계약기간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공부터 모범을 보여야 민간 임대인들에게도 따를 것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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