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취임 3년차를 맞은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내년 연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앞서 2년간 건설업황 부진과 보수적인 사업 확장으로 일감이 크게 쪼그라든 건 성과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수주잔고는 이영호 사장이 수장에 오른 2018년 1분기 당시 28조885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23조620억원으로 20% 줄었다. 이 사장 취임 직전인 2017년 말 수주잔고는 29조9840억원이었다.
삼성물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건설 수주잔고는 국내 13조960억원, 해외 9조9660억원 등 총 23조620억원이다. 주택사업(6조7820억원)이 포함된 빌딩 잔고 11조4130억원, 인프라 4조3370억원, 플랜트 7조2330억원이다.
이 사장 취임 첫 1년 동안 수주잔고는 약 7% 줄었다. 2018년 연말 기준 수주잔고는 총 27조9490억(국내 16조7720억원, 해외 11조1770억원)에 머물렀다. 지난 2017년 연말 수주잔고는 총 29조9840억(국내 18조4020억원, 해외 11조5820억원)이었다.
특히 지난 2018년 사상 첫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진입했던 삼성물산은 지난해 건설 수주 부진 등 영향으로 실적이 다시 하락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액은 11조5300억원, 영업이익은 5500억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건설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1190억원, 773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1%, 54.3% 증가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물산은 건설과 상사 등 주요 사업 부진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건설부문은 작년 1~3분기 수주 공백에 따라 매출액이 줄어 영업이익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건설부문 매출액은 11조7700억원, 영업이익은 6050억원으로 예측된다. 건설 신규 수주와 함께 원자재 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이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0대 건설사 CEO 및 건설협회장 건설재해 예방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2020.01.14 alwaysame@newspim.com |
문제는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수주 규모를 단기간에 늘리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사업은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로 공급 위축이 불가피하고 해외사업은 이란과 미국 충돌로 국내 건설사 수주의 60%를 차지하는 중동정세가 악화되고 있다.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대부분 최저가 입찰이다보니 대형 건설사 입장에선 큰 이익이 남지 않는다.
백 연구원은 "사업마다 수주 후 매출로 잡히는 기간이 다르고 그룹사의 수주 등 영향으로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자체 수주잔고가 함께 증가하지 않는다"며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수주잔고 증가를 과제로 안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도 줄고 있는 수주잔고를 늘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정부에서 주도하는 사업은 최저가 입찰로 인해 수익률이 매우 적고, 해외사업은 지역적 리스크와 함께 해외 건설사들과도 가격적인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시장을 침체시키는 규제까지 더해져 전반적인 건설사 수주업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건설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사업 수주를 늘리면서 곳간을 채우는데 주력했던 반면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12월 서초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며 "삼성물산이 최근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에 관심을 드러낸 것도 수주잔고 감소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3년차를 맞는 이영호 사장은 올해 성과가 부진할 경우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외형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경영을 했기 때문에 건설 수주잔고가 줄었다는 입장이다. 올해도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선별해 수주하겠단 방침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그동안 막대한 외형적인 성장을 지양하고 내실 경영을 추구해온 기조를 올해도 이어가 해외사업은 물론 주택사업도 사업성이 좋은 곳을 선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호 사장은 1959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삼성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 상무와 전략기획실 상무,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전무를 맡으며 '재무통'으로 이름을 알렸다.
삼성물산에는 지난 2012년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부사장)으로 들어왔다. 이어 2015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다. 지난 2018년 1월 취임 당시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취임 이후 공격적인 수주보다는 회사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평가했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은 역량과 경쟁력을 보여주고 새로운 10년의 성장을 약속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을 프로젝트 성과로 연결하고 미래 성장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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