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문형민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에 '국내 경제 부진 일부 완화'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지난해 경기 부진을 이유로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한 것과 비교되는 표현이다.
금통위는 17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통화정책방향에서 '국내 경제는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통화정책방향에서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평가한 것과 달라진 것이다.
금통위는 시각을 바꾼 이유로 ▲설비투자 소폭 증가 ▲소비 증가세 확대 ▲취업자수 증가폭 확대 등을 지목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11월 1.1% 증가했다. 전월 0.7% 감소에서 반전됐다. 소비판매액은 지난해 11월중 전월대비 3.0% 증가했다. 이 또한 전월 0.4% 감소에서 방향을 바꾼 것. 취업자수는 12월에 전년동월대비 51만6000명 늘어 전월 33만1000명에 대해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1.17 mironj19@newspim.com |
금통위는 이어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지겠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소비 증가세는 완만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말과 같은 표현이지만 행간의 뉘앙스는 달라졌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평가에서 금통위는 주가와 장기시장금리의 상승과 함께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됐음을 지목했다. 아울러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말 '가계대출은 증가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주택가격은 수도권 지역의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상승했다'에 비해 긴장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말 '0% 수준'에서 '0%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그렇지만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0%대 중반,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이 유지돼 변화가 없었다. 이후 전망에 대해서도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높아져 내년중에는 1% 내외,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후반을 나타낼 것'이라고 똑같이 판단했다.
금통위는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교역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며 지난해말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국제금융시장에 대해서도 "최근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로 변동성이 일시 확대됐다"면서도 "대체로 안정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1월말과 비교해보면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언급됐던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변수가 삭제됐다.
금통위는 앞으로 주목할 변수로 ▲글로벌 무역전쟁 ▲주요국 경기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트 등을 꼽았다. 지난해 '미·중 무역협상'을 말했으나 새해들어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바꿨다. 또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을 '주요국 경기'로 바꿔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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