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정치

[주말 이슈+] 軍 "국내 최초 '성전환' 부사관…女군 복무도, 재입대도 어렵다"

기사등록 : 2020-01-18 08:0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현행 병역법상 '성 전환자' 군 복무‧입대 규정 없어, 규정 마련해야
軍 "규정 신설 고려 안 해, 여러 측면 고려할 때 필요성 못 느껴"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국내 최초로 현역 남성 장교가 복무 중 성 전환 수술을 받아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장교는 여군으로 계속 복무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공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군 당국에 따르면 경기 북부 지역 모 부대에 복무 중인 A 부사관은 지난해 말 개인 연차를 사용해 해외로 출국했다. A 부사관은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귀국, 부대에 복귀했다.

지난해 11월 8일 8사단 천둥대대 장병들이 신북면 아트밸리 인근에서 쓰레기 정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yangsanghyun@newspim.com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이후 수술 사실이 군 부대 내에 알려져 부대 측은 A 부사관에 조기 전역을 권했지만, A 부사관은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 부사관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도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전환 수술의 부작용은 호르몬요법과 운동, 식이요법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며 "고환절제술(성전환수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군 복무에 부적합다고 볼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 소견"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오는 22일로 예정된 전역심사위원회를 연기해 달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법원의 성별 정정 이후 심사위를 열어달라'는 이유에서다. A 부사관 변호인은 육군본부에 심사위 연기를 신청한 상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사진=뉴스핌DB]

◆ A 부사관, 심신장애 3급‧비(非) 전‧공상 판정 받아…軍 "스스로 신체 손상‧장애 유발"
    A 부사관 측, 전역심사위 연기 신청했지만…軍 "심사위 연기 고려 안 하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전역심사위원회 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A 부사관은 군 병원 의무조사에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A 부사관의 전역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현행 '군 인사법 및 군 인사 시행규칙'은 의무조사에서 장애등급 판정을 받으면 전역심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A 부사관의 신체에 변화와 손상이 있었기 때문에 심신장애 3급 판정이 내려진 것"이라며 "A 부사관이 성 정체성을 찾기 위해 수술을 받은 것이지만, 심신장애 판정은 성 정체성과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의무조사가 끝나면 전‧공상 심의가 이뤄진다. 현재 A 부사관에 대한 전‧공상 심의까지 완료된 상태다. 육군은 A 부사관에게 비(非) 전‧공상 판정을 내렸다. 공무를 수행하다 원치 않게 장애가 유발된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장애를 유발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의무조사와 전‧공상 심의까지 완료되면 다음 절차는 전역심사다. A 부사관 측은 전역심사위 연기를 요청했지만 군 당국은 "심사위를 그대로 열겠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아직은 심사위 연기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보통 심사위가 열리고 결정되기까지 하루면 끝난다"고 말했다. 즉, 이르면 22일 A 부사관의 전역 여부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이날 A 부사관의 전역이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noh@newspim.com

◆ 軍 "성 전환자의 군 복무‧입대 규정 마련 검토 안 해…소송한다 해도 규정 마련 어려워"

그렇다면 법원에서 A 부사관의 성별 정정(남성→여성)을 확정한 이후 여군 부사관으로 재입대를 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에 대해서도 군 당국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 당국이 A 부사관의 여군 재입대도 어렵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규정 미 존재'다. 현행 병역법에는 '성 전환자의 군 복무 및 입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A 부사관이 여군으로 재입대하려면 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군 당국은 규정 마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 어떤 제도를 도입하거나 개정할 때는 전투력 발휘나 군 조직 단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또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통용될 것인가도 꼼꼼하게 고려하게 된다"며 "군은 성 전환자의 군 입대‧복무를 위한 규정 마련이 전투력 발휘나 군 조직 단결 측면에서 큰 필요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A 부사관과 군 인권센터는 군에서 전역을 시킬 경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 당국은 그럼에도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그런 의견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소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규정을 바꾸거나 신설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suyoung0710@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