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KDB생명이 자산가를 끌어들여 외형을 확대하기 위한 달러저축보험을 출시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 임기 이내(2020년9월)에 몸집을 불려 몸값을 높인 후 매각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전략적 상품이다. 하지만 확정고금리를 약속한 이 상품이 많이 팔릴수록 향후 KDB생명의 체력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최근 달러저축보험을 출시, NH농협은행 등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에 나섰다. 이 상품은 ▲3년 3.1% ▲5년 3.0% ▲10년 3.1%의 확정금리를 적용한다. 일시납 상품으로 가입금액은 ▲최소 1만달러(1160만원) ▲최대 500만달러(58억원)다.
은행 예금금리는 약 1.5%에 불과하지만 이 상품은 그 2배 정도인 약 3.0%의 확정금리를 지급한다. 이에 자산가나 법인의 잉여자금을 급속도로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기가 짧을수록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탓에 3년 만기 상품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KDB생명, 달러저축보험 환급률 예시표 2020.01.20 0I087094891@newspim.com |
특히 중소기업 대표의 퇴직금 마련 상품으로 주목을 받을 경우 이 상품이 더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법인 자금을 급격히 빨아들일 수 있다.
계약자 및 보험수익자가 법인이고 피보험자가 해당 법인의 대표이사일 경우 법인이 보험료를 전액 납입한 후 피보험자를 법인→대표이사로 변경이 가능하다. 즉 보험료는 법인이 내지만 수익은 전액 법인 대표가 취할 수 있다. 일명 'CEO 플랜'으로 활용될 수 있다.
◆ 체력 더 악화시킬 문제 상품
문제는 이 상품이 향후 KDB생명의 체력을 더 악화 시킬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이 상품은 3.1%(3년 만기) 확정금리를 지급한다. 가입자에게 이처럼 높은 금리를 지급하기 위해 KDB생명은 최소 4% 이상의 투자영업이익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1월~10월) KDB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0%에 불과하다. 즉 보수적으로 봐도 KDB생명은 이 상품을 판매할수록 이차역마진을 본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은 오는 2022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제도가 변경된다. 현가평가 하는 보험 부채를 시가평가 한다는 게 제도 변경의 골자다. 이에 저금리 추세로 과거 고금리저축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했던 KDB생명은 보험부채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 또 보험사의 순이익 산출 방법도 보험료 중심에서 계약서비스마진(CSM, Contractual Service Margin)으로 변경된다. 이에 지난해 매물로 나온 KDB생명이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
즉 KDB생명은 지금도 보험부채 확대가 가장 큰 문제다. 게다가 이 상품 판매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보험부채가 더 증가하는 동시에 CSM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 극심한 요요현상 부를 듯
KDB생명은 지난해에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했다.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보장성보험 비중은 70%대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보장성보험은 저축성보험 대비 수익성이 높다. 그러나 KDB생명의 체질개선은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 따른 게 아닌 저축성보험 판매 감소에 영향이 더 컸다.
즉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근육을 늘린 게 아닌 굶는 방법으로 살을 뺀 거다. 그런데 전략적 상품으로 다시 저축보험을 내놓음에 따라 극심한 요요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다수의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IFRS17 개편 전에 저축성보험 판매를 끌어올려 당기순이익 감소를 방어하고 외형을 확대한다는 전략으로 이 상품을 내놨을 것"이라면서도 "KDB생명 달러저축보험은 수익은커녕 손실이 불을 보듯 뻔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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