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야생동물 식용과 시장에서 가금류 등 가축을 현장 도축해 판매하는 문화가 중국에서 전염병 창궐이 잦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SARS)에 이어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문화를 지적하고 인식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중국에서 높아지고 있다.
'우한 폐렴'의 감염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발원지인 우한시 수산물 시장 내 야생동물 판매 점포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시장에서는 공작, 기러기, 새끼 늑대, 여우, 대나무쥐, 고슴도치 등 여러 가지 야생동물이 판매되고 있었다. 중화권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사스도 사향고양이와 박쥐가 감염원으로 밝혀졌다.
야생동물 식용이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자양강장과 특수한 영양가치가 있다는 맹신으로 야생동물을 찾는 고객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폐렴' 사태 이후 중국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야생동물 판매 목록과 가격 |
중국 차이신왕(財新網)이 인터뷰한 후베이(湖北) 출신 기업인은 "우리 고향에서는 뱀을 먹는다. 뱀을 잡으면 고량주 두 잔을 준비해, 한 잔에는 뱀의 쓸개를 나머지 한 잔에는 뱀의 피를 넣어 마신다"라고 설명했다.
'다리가 달린 것 중 책상 빼곤 다 먹는다'라는 표현으로 유명한 광둥 지역에서도 박쥐, 원숭이 뇌 등 일반적으로 식용하지 않는 동물을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문화로 인해 천산갑 등 멸종 위기 동물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또한 재래시장 내에서 살아있는 닭을 현장에서 직접 도축해 판매하는 것도 전염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로 꼽힌다. 야생동물을 취급하는 상점도 대부분 산 채로 진열해 현장 도축해 판매하고 있다.
차이신왕은 22일 기자수첩을 통해 중국의 야생동물 식용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스로 큰 피해를 입었던 홍콩의 축산물 시장 정비 현황을 통해 중국 본토의 제도 정비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같은 날 신징바오(新京報)도 사설을 통해 사스의 위협을 경험하고도 야생동물 식용을 끊지 못하는 중국인의 실태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신징바오는 야생동물을 먹는 '야생 미식' 문화와 관련 시장이 존재하는 한 중국에서 사스와 같은 심각한 전염병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감독기관의 관리의 사각지대에 불법적으로 존재하는 '야생동물 지하 시장'이 성업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지하 야생동물 식재료 시장 규모가 1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홍콩 러푸제(樂福街)시 부근 가금류 판매점에서 유리 격리벽을 사이에 두고 판매자와 소비자가 마이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차이신왕(財新網) 보도 캡쳐> |
차이신왕은 사스 사태 이후 달라진 홍콩의 축산물 유통 시장의 사례를 제시하며, 중국의 시스템 정비를 촉구했다. 홍콩 정부는 사스 발생 이후 시장에서 살아있는 가축 거래를 하는 것을 점차 제한하고, 관리도 엄격하게 강화했다.
만약 닭과 같은 가금류를 시장에서 직접 도축해 팔 경우 정부가 발급한 가금류 판매 허가증을 받도록 했다. 동시에 판매업자들의 자발적인 살아있는 가금류 판매 중단을 유도하고 있다. 가금류 판매 허가증은 원칙적으로 직계 가족에게 양도할 수 있지만, 승계를 원하는 가족이 없을 경우 정부가 회수하도록 했다.
2004년 5월 가금류 판매 허가증 제도를 출시하기 전까지 홍콩에선 814개의 살아있는 가금류 노점상과 가게가 성업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속적인 제한 정책으로 2019년 6월 기준 129개로 줄어들었다.
2010년 홍콩 정부의 문건에 따르면, 홍콩에서 산 채로 판매돼 시장에서 도축된 닭은 2003년 하루 평균 9만2000마리에서 2009년 1만6500마리로 줄어들었다. 2008년엔 전체 생닭 소비량에서 시장 현장 도축 닭이 차지하는 비중이 6%로 낮아졌다. 반면 냉장유통과 냉동닭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30%에서 64%에 달했다.
현재 살아있는 닭을 취급하는 상점들도 전염병 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에 나섰다. 홍콩과 광둥 지역에서는 일부 산 닭 취급점들이 닭 우리가 놓여있는 구역에 유리 격리벽을 설치해 소비자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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