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한국전력의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AMI) 도입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1조6000억원을 투입, 2021년부터 검침업무를 AMI로 대체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 최소 몇년간은 검침원들이 각 가구를 직접 방문해 전기사용량을 일일이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전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848만호에 대한 AMI 도입을 완료했다. 올해까지 2250만호에 대한 AMI 도입을 목표로 했는데, 전환실적은 38%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본격 AMI 사업을 시작한 2016년 이후 보급대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목표로 했던 520만호 중 148만호 전환에 그쳐 전환율이 30%를 밑돌았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2020.01.23 jsh@newspim.com |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프라다. 스마트미터, 통신망, 데이터관리시스템과 운영시스템으로 구성되고, 스마트미터 내 모뎀을 설치해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다. 가정에서 사용한 전기량을 한전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TOU, Time Of Use) 도입도 가능하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별(하계, 동계, 춘추계), 시간대별(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로 전기요금을 차등지급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은 AMI 보급률과 관계없이 신청고객에 대해 우선 구축하는 방식으로 추진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요금을 책정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전국 2250만호에 대한 AMI 도입을 완료하고, 이를 통해 얻은 가구별 전기 사용량을 바탕으로 요금제를 개편한다는 계획이었다. 계시별 요금제도 그중 하나다. 당장 전기료를 올릴 수 없으니 전기 소비량이 많은 가구에 좀 더 걷는다는 복안이다. 소비자들이 요금제를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취지도 있다.
하지만 AMI 사업이 본격 시작된건 2016년부터로, 당초 계획보다 6년이나 늦어졌다. 사업 진행이 늦어지면서 요금제 개편 작업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AMI 개념도 2020.01.23 jsh@newspim.com |
AMI 보급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한전은 ▲전력선통신(PLC)칩 상호호환성에 대한 감사원 지적으로 2년간 사업 미시행 ▲국산 PLC 특허분쟁 사유로 2년간 사업지연 ▲보안관련 기술개발 및 인증 지연으로 1년 6개월 사업지연 등을 이유로 들었다. 준비 과정만 6년 가량 소요된 셈이다.
우선 PLC칩 상호호환성 지적에 대해 한전 실무자는 "PLC를 만드는 제조업체들이 여러군데 있는데 서로간 통신이 원할하지 않다보니 이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면서 "이 과정이 2011~2012년까지 2년간 진행됐고 2013년 마무리해 사실상 2년간 사업을 시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PLC 특허분쟁과 관련해서는 "젤라인이라는 PLC 특허권자가 있는데 특허료를 너무 과다하게 요구해 이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며 "사업비의 1.62%를 특허료로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해 정상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조율과정이 2013년부터 2년간 진행돼 사업도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보안관련 기술개발 및 인증 지연 사유에 대해서는 "PLC칩에 대한 보안모듈이 개발된적 없다보니 한전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업체들에게 이전해주는 시간이 좀 걸렸다"며 "암호모듈을 인증해주는 기관도 처음이다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지연됐고, 인증을 바탕으로 통신모뎀을 만드는 과정도 2017~2018년까지 1년 넘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즉, 사업 진행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해 전반적인 사업계획이 뒤로 밀렸다는 것이 한전 측 주장이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를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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