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란저우(간쑤성) = 최헌규 특파원] 2020년 1월 25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 중국 간쑤(甘肅)성 우웨이(武威)발 베이징 행 열차 안.
위챗과 터우인 앱에 베이징시가 우한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내일(26일)부터 '모든 도로 객운 자동차의 베이징 진입을 봉쇄한다'는 긴급 문자 뉴스가 떳다.
승객들 대다수는 간쑤성 일대 고향에서 설을 쇠고 각자 사정으로 베이징과 네이멍구(內蒙古) 등지의 일터로 복귀하는 사람들이었다. '베이징에 못들어가는 건가'. 일순간 긴장했던 승객들은 이 조치가 일단 기차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승무원들의 설명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뉴스핌 란저우(간쑤) = 최헌규 특파원] 간수성 란저우 중촨공항에서 마스크를 한 승객들이 진창시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2020.01.27 chk@newspim.com |
"지금 우한폐렴 환자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우려스러워요. 전국적으로 모든 여행사 영업이 중단됐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도 통보를 받았어요. 원래 1월 30일까지 쉴 예정이었으나 단체 여행객 취소 업무 등 급한 일처리를 위해 이틀 반을 머문 뒤 설날인 오늘(25일) 급히 사무실로 복귀하는 중입니다."
열차안 같은 칸 안의 젊은 여성 양(楊)씨는 고향이 위성발사를 하는 간수성 주취안(酒泉)으로 닝샤 자치구 인촨 여행사에 근무하는데 설을 쇠러 왔다가 긴급 복귀 명령을 받고 회사로 돌아가는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그래도 '섣달 그믐날과 정월 초하루, 2년이나 머물고 가는 게 아니냐' 며 살며시 웃어보였다.
그는 동영상 SNS 더우인이 속보를 잘 올려준다며 자신의 더우인 앱을 열어 '26일부터 베이징 진입 모든 도로(여객 버스)를 폐쇄한다'는 내용의 긴급 속보 뉴스를 보여줬다. 우리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승무원은 무슨 성분인지 모르지만 분사기에 담은 소독약을 한시간이 멀다고 한차례씩 뿌리고 다녔다.
물샐틈 없는 검역, 공항 기차역에 의료 경찰 쫙~
이 열차는 둔황(敦煌)에서 출발해 자유관(嘉峪关) 주취안, 기자가 탑승한 우웨이역 인촨(银川) 바오터우(包头) 후허하오터(呼和浩特) 동역 다퉁(大同) 장자커우(张家口)를 거쳐 베이징으로 가는 K42 열차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1월 24일 베이징발 간수성 란저우로 향하는 기내 승무원과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2020.01.27 chk@newspim.com |
기자는 24일 항공편으로 베이징을 출발, 중간 기착지인 간수성 란저우를 거쳐 소도시 진창(金昌)시에 도착해 우한폐렴 현지 분위기를 취재했다. 이어 민친(民勤)현의 농촌 오지 마을 민가에서 설을 보낸 뒤 우웨이시 등지에서 불안감속에 설을 맞는 현지 표정을 취재한 뒤 우웨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베이징으로 향했다.
우웨이 역에서 베이징 역까지 모두 20개 역인데 종점 까지 가는 동안 기자가 있는 롼워(软卧, 한칸에 4개의 자리가 있는 침대칸)에 여행사 직원과 또다른 한 여성, 그리고 신분을 밝히기가 조심스러운 한 남성이 번갈아 타고 내렸다.
이번 여정은 본래 설 연휴를 이용해 '중국 1인당 GDP 1만 달러 시대와 중국 농촌(농민공)'취재를 위한 것이었으나 출발일인 24일 간수에 처음으로 2명의 우한폐렴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바람에 우한폐렴 현장 분위기 취재를 겸하게 됐다.
[뉴스핌 진창시(간수성) = 최헌규 특파원] 1월 24일 간수성 진창 공항에서 간호사가 공항밖으로 나가는 승객에 대해 체온검사를 하고 있다. 2020.01.27 chk@newspim.com |
기자가 간수성으로 들어간 시각 2명이었던 환자는 25일 4명으로 늘었고 26일 11시 20분 현재 다시 7명으로 증가했다. 우한폐렴 환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간수성도 방역에 비상에 걸렸다. 공항과 장거리 버스터미널 기차역 등 발길 닿는 장소 곳곳 마다 경찰과 경찰차가 쫙 깔렸고, 체온 검역이 물샐틈 없이 엄격히 시행되고 있었다.
24일 새벽 베이징 수도 공항 탑승수속에서 부터 26일 밤 10시쯤 베이징 기차역에서 나올때 까지 수도없이 많은 체온 검사를 거쳐야했다.
출발일인 24일 아침 6시 20분 란저우(兰州)행 MU2129 기내. 승무원 승객할 것 없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설쇠러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고향이 간수성 칭수이(淸水)이라고 소개한 옆자리 후(胡)씨는 귀향 발길이 무겁다며 지난번 사스때 간수성엔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긴 했지만 이번엔 확산속도가 빠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란저우 중촨(中川)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진창(金昌)공항에 내리자 승객 체온 검사는 한층 엄격해졌다. 항공권을 소지하지 않은 마중객들에 대해서는 아예 공항 로비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외국인 여권에 대해서도 평소와 달리 방문지와 방문 목적지를 샅샅이 캐물었다. <下편에 계속>
란저우시 진창시(간수성)=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