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승리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50) 총경의 재판에서 과거 정모 전 큐브스 대표 사기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 '잘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다는 현직 경찰의 증언이 나왔다. 다만 의문의 전화 상대방은 윤 총경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9일 오후 2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총경의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버닝썬 유착 의혹'을 받는 윤 총경이 지난해 10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0.10 pangbin@newspim.com |
이날 법정에는 서울 수서경찰서 경제범죄수사4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모 경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 경사는 2016년 당시 특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의 정 전 대표가 고소당한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다.
서 경사는 "정 전 대표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앞둔 지난 2016년 5월 초순과 중순경 3차례 전후로 청탁전화를 받았다"며 "발신자는 경찰관"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북 또는 종로 쪽 다른 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이었고 계급은 경사 아니면 경위"라며 "모두 다른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전 대표를 잘 봐달라는 취지였다"며 "전화 내용은 친절하게 대해달라는 정도였지만 당시 그 말이 불기소하라는 말로 들려 기분이 나빴다"고 회상했다.
서 경사는 전화 상대방의 신원 확인 경위에 대해 "당시 소속과 이름을 메모해두고 경찰 내부 메신저로 검색해봤다"며 "직속 상급자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검색으로 경찰공무원인 것은 확인했지만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그렇게 전화를 했다면 윗선 부탁으로 대신 했거나 정 전 대표를 개인적으로 알아 부탁한 것 둘 중 하나"라고 당시 생각을 전했다.
검찰이 청탁성 전화 상대방과 정 전 대표와의 관계를 조사했냐고 묻자 서 경사는 "전화한 사람들이 정 전 대표와 어떤 관계인지 별도로 확인은 하지 않았다"며 "그런 전화는 의례적으로 있고, 저 나름대로 원칙대로 수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서 경사는 당시 정 전 대표를 '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과 관련해 "청탁성 전화가 실제 수사나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 전 대표 공모 여부 확인을 위해 대질조사, 제3자 채무인 수사, 업체 대표이사 조사, 유상증자 과정 돈거래 관련 거래내역서 등 조사를 거쳤다"며 "수사 결과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지 봐주기 수사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서 경사는 '정 전 대표가 윤 총경에게 자신의 사건을 잘 이야기해달라고 청탁한 사실을 알았냐'는 검찰의 질문에 "몰랐다"며 "전화를 건 사람 중 윤 총경의 이름을 언급한 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총경은 경찰의 버닝썬 의혹 수사 과정에서 가수 승리(30·본명 이승현) 측과 유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그는 승리 등이 함께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라고 불렸다.
윤 총경은 승리의 사업파트너인 유모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2016년 서울 강남에 차린 주점 '몽키뮤지엄'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신고되자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단속 내용을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또 정 전 대표가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대 비상장 주식을 받은 혐의도 있다. 정 전 대표는 윤 총경을 승리 쪽에 소개한 인물이다.
아울러 정 전 대표가 건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 버닝썬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대표에게 텔레그램 등 휴대전화 메시지를 모두 삭제하도록 하는 등 증거인멸을 교사한 의혹도 받고 있다.
윤 총경의 다음 재판은 2월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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