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 폐렴' 여파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 및 성장성특례 상장사의 풋백옵션(환매청구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풋백옵션이 발생할 경우 주관사는 공모주 매입에 자금이 투입되고, 발행사는 첫 사례라는 불명예를 가지게 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이익미실현)상장, 성장성특례상장 기업 모두 풋백옵션 기간이 남은 상황이다.
▲라닉스(상장일 9월 18일, 주관사 한국투자증권) ▲올리패스(9월 20일, 미래에셋대우·키움증권), ▲라파스(11월 11일, DB금융투자) ▲신테카바이오(12월 20일, KB증권)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12월 20일, 대신증권·KB증권)가 성장성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테슬라상장사는 ▲제테마(11월 14일, 한국투자증권) ▲리메드(12월 6일, 한국투자증권)가 있다.
테슬라상장과 성장성특례상장이 기술특례상장 제도와 차이점은 상장주관사의 역량이 핵심이다. 거래소가 지정한 외부기관의 기술평가를 통과하지 않아도, 주관사가 해당 기업의 기술을 보장하고 추천하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관사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테슬라는 3개월, 성장성특례상장은 6개월이라는 '풋백옵션' 의무기간을 부여했다. '풋백옵션'은 보유 주식을 밀어낼(put) 수 있는, 특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부진하면 주관사는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다시 사줘야 한다.
테슬라상장 1호 기업 카페24, 성장성특례상장 1호 셀리버리는 상장 이후 풋백옵션 기간 내에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해 투자자들이 옵션을 행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요동치면서, 풋백옵션 행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까지 국내 확진자는 총 11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 공공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발병 초창기이고, 아직 치료제가 없는 신종 바이러스라는 점에서 확산 우려가 재차 고조되며 위험자산에 대한 센티멘털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한국은 워낙 계속 장이 안 좋았다가 연말부터 반도체 특수 등 우상향하던 차에 외부 변수를 만났다"며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하나 밑을 다지고 나서 잘 버틸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불확실성을 제일 싫어하는 게 주식시장이다"며 "상대적으로 잘 버틴다 해도 만약 우한 폐렴 이슈가 해소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종가기준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올리패스(-14.00%), 라파스(-7.25%), 신테카바이오(-11.67%),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18.82%)다.
특히 이 중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와 올리패스, 신테카바이오는 풋백옵션 행사 범위 안에 들어왔다. 상장한 지 몇 개월 만에 주가 급락에 따른 풋백옵션이 행사되면 발행사는 주주들에게 신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첫 사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공동 상장주관사인 대신증권과 KB증권, 올리패스의 주관사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 신테카바이오를 상장시킨 KB증권은 적정하지 못한 공모가격을 책정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풋백옵션에 주관사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증권가는 최소 1분기까지는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위험자산에 대한 센티멘털이 위축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성장성·테슬라 상장사들 모두 풋백옵션 기간이 2~5개월 정도 남아있는 상황에서 향후 풋백옵션 행사 1호가 등장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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