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가 시계제로 상황에 빠졌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으로 연임이 불투명해지면서 우리은행장 선임까지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징계에 대한 대응과 손 회장의 거취 방향에 따라 은행장 선임 절차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31일 우리금융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을 둘러싼 여건이 달라지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2020.01.20 dlsgur9757@newspim.com |
당초 임추위는 이날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등 행장 후보 3명 중 1명을 최종 추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난 30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함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 손 회장의 연임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우리은행장 선임까지 연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임추위는 금감원 징계에 대한 대응 방향과 손 회장의 거취를 먼저 결정한 뒤에야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를 재개할 전망이다. 임추위원장으로 행장 선임의 키를 쥔 지주 회장의 거취가 분명해져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다.
손 회장의 거취를 결정하려면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 금감원의 징계 효과가 발생하는 시점이나 소송 여부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오는 3월 주주총회 전 징계가 확정되지 않으면 연임이 가능하다. 은행장의 문책 경고는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되지만 직무정지나 해임건 또는 기관 중징계나 과태료 부과는 금융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 통상 관련 징계가 모두 확정된 뒤 기관에 전달되기 때문에 손 회장에 대한 징계 효력도 전달 시점에 발생한다. 손 회장의 운명을 금융위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소송 카드도 고려할 수 있다. 법원에 제재 효력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행정소송으로 처분에 대해 법리싸움을 하는 방법이다.
우리금융 임추위 관계자는 "회장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연임을 포기하거나, 행정소송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며 "소송을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임추위가 금감원의 징계를 수용한다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이 경우 행장 선임 역시 원점으로 돌아가 후보군 압축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전·현직 우리금융 임원과 관료 등이 차기 우리금융 회장에 도전할 경우 복잡한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우리금융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과점주주 체제여서 조직안정이 급선무"라며 "하루 이틀 사이에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향후 일정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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