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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 부족한 中우한, 확진자도 입원 못해…병원 증설도 역부족

기사등록 : 2020-02-0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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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시 하루 1000명씩 환자 늘어…병원 건설도 "언 발에 오줌누기"
치사율도 4.9%로 타지역보다 높아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감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의료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환자들이 치료를 못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아사히신문은 후베이(湖北)성 우한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을 전화취재했다. 여성이 처음 증상을 느꼈던 건 지난달 25일 이었다. 중국 정부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우한시민의 시외 이동을 봉쇄한 다음날이었다. 여성은 바로 병원을 찾았지만 검사 장비가 없어 확진판정을 받지 못했다. 

여성은 31일이 돼서야 겨우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의사는 "원래라면 입원해야 하지만 침상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결국 여성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은 여전하다. 걷거나 말하는 것도 힘든 상태다.

여성은 "치료가 필요한데 의사는 집에 있으라고만 한다"며 "죽기를 기다리라는 말이냐"고 호소했다. 

[우한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우한대학교 중난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0.01.29 goldendog@newspim.com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여성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여성은 전화에서 자신의 친척인 50대 남성도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병상 문제 때문에 4일이 지나도록 입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은 "병원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잇따라 감염됐다는 우한시 거주 20대 남성도 신문과의 전화취재에서 "병원 로비엔 산소통을 떼지 못하는 수준의 환자들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남성의 할머니는 지난달 27일 사망했다. 이후 어머니가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아버지와 누나도 기침·무기력증 등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침상 부족으로 입원은 할 수 없었다. 그의 부모님은 병원 로비에서 수액과 산소통을 받고 빈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남성은 병원에 이런 환자가 20명 가까이 있다고 했다.

남성은 병원에 대기하고 있는 부모에게 매일 죽과 면 등의 음식을 갖다주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감염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밝혔다. 방호복을 사고 싶지만 물품이 부족해 그럴 수도 없다. 그는 "뭐든 어떻게 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우한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넘쳐나는 환자를 수용할 의료시설이 부족해지자 스타디움과 컨벤션센터 등을 임시 병원으로 전용하고 있다. 2020.02.04 China Daily via REUTERS gong@newspim.com

◆ 병원 증설해도 '언 발에 오줌누기'

이처럼 주민들 사이에서 동요와 불안이 퍼지자 중국 정부는 10일 만에 우한 시내에 병원 두 곳을 설립했다. 지난 2일엔 1000개 병상을 가진 훠선산(火神山)병원이 완성됐고 5일엔 1600개 병상이 있는 레이선산(雷神山)병원이 완공된다. 

하지만 병원 증설도 감염확산 속도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우한시 당국이 3일 새로 확인한 감염자는 1242명이었다. 전날에는 1033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매일 1000명 규모씩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훠선산병원 개원 후에도 병상 부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우한 시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받는 병원은 28곳으로 훠선산병원을 포함한 통계상 병상 수는 8199개였다. 반면 사용 중인 병상 수는 8279개였다. 복도·로비에 간이침대를 두는 병원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우한시 상황에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갖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중국 공산당은 3일 열린 당 최고지도부 회의에서 우한시는 감염 대책의 중점이라며 우한 국면을 호전시키는 것이 추가 확대를 막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에 우한시 측은 이날 밤 시내 국제회의전람센터나 체육관에 약 3000개의 침상을 옮겨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환자를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한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위치한 진인탄(金銀谭) 병원에서 의료스테프들이 상자를 나르고 있다. 진인탄 병원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우한 폐렴'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다. 2020.01.22 kebjun@newspim.com

◆ 우한 내 치사율 4.9%…"의료시스템 붕괴"

현재 우한시는 감염자 수 뿐만 아니라 치사율도 다른 지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4일 0시 기준 우한시 감염자는 6384명으로 중국 전역 감염자의 약 31%다. 반면 사명자 수는 313명으로 전국 사망자(425명)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치사율도 우한시는 4.9%로 ▲우한을 제외한 후베이성(1.4%) ▲후베이성 외 중국 본토(0.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저장(浙江)성과 광둥(広東)성도 감염자가 각각 829명, 797명으로 후베이성에 이어 많은 감염자가 나왔지만 아직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후베이성 외에도 8개성과 직할시에서 사망자가 나왔지만 모두 2명 이하였다. 

감염제어학을 전공한 가쿠 미쓰오(賀来満夫) 도호쿠(東北)대 의약과대학 특임교수는 "환자가 너무 많은 탓에 의료시스템이 붕괴돼 증상이 악화된 사람을 충분히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치료지연 외에도 감염자 격리가 불충분해 다른 병으로 입원·통원한 환자가 감염된 사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의사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문가팀에 소속된 리란쥐안(李蘭娟) 중국공정원 원사는 3일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의 높은 치사율 원인으로 감염자 급증에 비해 의사나 설비, 기재가 충분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리씨는 "중국 전역에서 의료관계자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 현장 의사의 부담이 줄어든다면 중증환자에 대한 대처력이 높아져 치사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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