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무차별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남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5월 음주운전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후 A씨는 관할 경찰서 유치장으로 입감됐고 조사를 마친 후에야 풀려났다. 하지만 A씨는 3일 뒤 "현행범 체포돼 이송되는 과정에서 경찰들이 옷을 모두 벗기고 뒷수갑을 채운 채 머리와 무릎을 밟는 등 폭행했는데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차량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이에 A씨 아내는 "유서에 경찰이 남편을 폭행했다고 하는 내용이 남겨져 있는 만큼 이를 조사해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조사에 나섰으나 해당 호송차량의 블랙박스가 차량 내부는 촬영하지 않는 탓에 별다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차량 외부 영상도 저장 기간이 지나 모두 삭제돼 정황 증거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결국 인권위는 사실관계를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진정은 기각했으나 경찰청에 운용 차량의 영상녹화장비 개선 계획을 수립·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경찰 운용 호송차량 등을 조사한 결과, 차량 내부를 촬영하지 않거나 영상정보 기간이 30일조차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경찰청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규칙은 경찰에서 운용하는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수집한 영상정보를 30일간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경찰 호송차량 내부는 체포된 피의자의 신체를 제한하는 장소로 영상녹화장비를 설치하거나 관련 영상을 적절한 기간 동안 보유하지 않으면 사실 확인이 어려워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또 이로 인해 실효적인 구제조치가 이뤄지기도 어렵다고 봤다.
실제로 최근 5년 간 경찰 운용차량에서 폭행, 폭언 등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제기된 진정만 47건에 이른다. 일부 진정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고발조치를 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영상녹화장비가 없거나 영상보유기간이 지나 피해사실의 객관적인 입증이 어려워 종결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차량 내부 영상녹화장비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일선 현장경찰관들의 법 집행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수단"이라며 "경찰은 호송차량 내 탑승자 보호, 차량 내 상황의 증거 기록 확보 등 영상녹화장비 설치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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