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수주 목표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대형 발주물량이 지연된 만큼 수주 확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국제유가 불안 등으로 변수가 여전히 크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5일 건설업계 및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시공순위 5위 건설사들은 작년 대비 올해 해외사업 수주 목표액을 높였다.
목표액을 가장 크게 높인 곳은 대우건설이다. KB증권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으로 5조1000억원을 잡았다. 이는 지난해 수주금액인 1조8000억원 대비 187.4%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작년 나이지리아에서 수주한 5조원대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 사업과 5884억 규모 모잠비크 액화천연가스(LNG) 공사 계약이 올해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등 대규모 공사 계약이 올해로 넘어왔기 때문에 올해 해외사업 수주액이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작년 대비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을 높였다. 현대건설은 올해 별도기준 8조원의 해외수주 목표액을 설정했다. 작년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달성한 신규 수주는 4조4000억원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 잇따라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달 카타르에서 1조2000억원 규모 루사일 플라자 타워 PLOT3·4 공사, 약 2500억원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 신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번달에는 3조3000억원 규모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를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수주했다.
GS건설은 작년 수주액(3조원) 대비 소폭 증가한 3조2500억원을 해외수주 목표액으로 잡았다. GS건설은 작년 태국 해외 석유화학 플랜트(2700억원) 등을 수주했다. GS건설은 기존 플랜트 등 해외 프로젝트 이외에 신산업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집중해 수주 목표액을 크게 높이지 않았다. GS건설은 지난달 폴란드와 영국 등 유럽과 미국에서 모듈러 주택(조립주택) 전문회사를 인수했다.
GS건설 관계자는 "기존 해외사업보다 신산업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고 있어 해외사업 수주 목표액을 비슷한 수준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시공순위 1위 삼성물산도 해외사업 수주 목표액을 높였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해외에서 6조1000억원을 수주할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작년 해외에서 5조1390억원을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582조원 규모 사우디 신도시 개발에 참여할 계획이다.
작년 가장 해외수주 실적이 저조했던 대림산업도 올해 수주액이 늘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2271억원을 해외에서 수주한 대림산업은 올해 해외사업에서 2조원 규모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스핌 DB] |
하지만 해외시장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남아 있어 국내 건설사 '텃밭'인 중동 리스크가 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사업 중 중동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60%에 달한다. 나머지 중 아시아국가가 30%, 유럽·미국·아프리카 등이 10%를 차지한다. 장기화되는 저유가 시대도 해외건설산업에는 악재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은 "작년 지지부진했던 유가로 중동국가 발주량이 줄었고, 중국 등 경쟁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수익이 날 만한 곳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바꿨다"며 "올해도 유가가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동국가 정세가 흔들리면 일부 대기업도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전반적으로 해외건설업황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일부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전체 실적은 목표를 밑돌았다"며 "국내 주택산업도 어려워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국제유가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작년 해외사업 수주액이 13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에 정부와 건설사들도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안다"며 "국내 주택산업이 어렵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사업에서 만회하고자 하지만 전반적으로 수주액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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