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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전 복지부 장관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앞서 독립성부터 확보해야"

기사등록 : 2020-02-0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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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상장협 등 6개 경제단체,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 개최
"국민연금 기금운용 전문가에게 맡기고 복지부 여할은 감독 기능으로 국한해야"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강화에 앞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운 독립성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법·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폭이 넓어졌지만, 정부 간섭을 견제하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최광 전 복지부장관은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일부 기업 위법 행위는 관련 법을 통해 처벌하면 되는데, 정부가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들을 제재하겠다는 발상은 기금 설립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에 앞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 독립성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김승현 기자]

이번 세미나는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6개 경제단체가 함께 개최했다.

경제단체들은 국민연금이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장회사 경영권에 간섭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올 3월 주총부터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선언을 하지 않고도 주주제안이나 이사 해임 청구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지난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서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상장사 주총 내실화, 기관투자자 주주권 행사 지원방안 등을 담은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상법 시행령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계열사에서 퇴직한지 3년(기존 2년)이 되지 않은 자는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 포함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근무하는 것을 금지했다.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지원 차원에서 자본시장법 시행령도 개정했다. 5%룰(주식 등의 대량보고·공시의무)를 합리적으로 차등화 할 필요가 있다는 시장 요구를 반영해서다. 5%룰은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시 5일 이내 보고·공시하도록 한 규정이다.

정부는 5%룰을 개선하며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범위를 명확화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배당 관련 주주활동 △공적연기금이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권한(해임청구권 등) 행사 등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 활동 범위에서 제외했다. 기존에는 경영권 영향 목적 주주활동을 임원 선·해임 등에 대한 주주제안 등 '사실상 영향력' 행사로만 정의했었다.

경영권과 무관한 경우는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와 '단순투자'로 세분화했다. '단순투자'는 지분율과 무관하게 보장되는 권리(의결권 등)만을 행사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최소한의 공시 의무만 부여했다. 경영권 영향 목적은 없지만 배당·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관련 관련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는 '일반투자'로 분류했다.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5% 대량보유 보고제도 개선방안 [사진=금융위원회] 2020.01.20 Q2kim@newspim.com

경제단체들은 상장사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 국민연금이 정부 지배 아래 있는 상황에서는 '관치 논란'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정부로부터 기금운용을 독립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금운용은 투자‧금융 전문가에게 맡기고, 보건복지부는 감독 기능만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최 전 장관은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 간섭을 금지하는 안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연금위원회(가칭)'를 복지부에 설치해 감독 기능만 수행하게 하고 △국민연금위원회(가칭) 산하에 기금운용위원회를 두고, 기금운용 전문가들로만 위원을 구성하는 방안이다.

토론자로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 산하 위원회 중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을 다하도록 행동원칙을 규정한 자율규범) 집행 역할을 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투자정책전문위원회'는 기업들에게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설치근거를 상위법이 아닌 시행령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보건복지부 역할은 감독 기능에 국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시민단체도 국민연금 산하 위원회를 통해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위원회 구성이 다양하다고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곽관훈 선문대학교 법경찰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 판단 및 의결권 행사는 투자 전문가에게 맡기고, 현행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전문가의 의사결정을 관리·감독하는 기능에 그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영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정치적 이유로 기업 경영이 흔들릴 수 있다"며 "포이즌필(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으면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 등 경영권 방어수단이 거의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ro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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