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핌] 남효선 기자 =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부문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고향이자 유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대구가 '봉준호 돌풍'의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봉준호 쾌거' 소식이 알려지자 환호하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11일 "대구의 아들이 세계 영화사를 새로이 썼다"며 봉 감독이 유년시절을 보낸 지역의 남구청에 '봉준호 거리 조성' 등 '봉준호 관광콘텐츠' 개발에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는 쾌거가 알려지자 권영진 대구시장이 페북을 통해 축하의 망을 남겼다.[사진=권영진시장 페북 캡쳐] |
권영진 대구시장은 11일 간부회의를 주재하며 "봉준호 감독이 '대구의 아들'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봉 감독이 대구의 아들이라는 것을 시민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봉 감독과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봉준호 마케팅'을 시사했다.
앞서 권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자랑스러운 대구의 아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250만 대구시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이 대구 출신이어서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는 축하의 말을 남겼다.
봉 감독의 고향이자 유년을 보낸 곳으로 알려진 대구 남구청에도 '봉 감독을 기념하는 거리 조성'과 '생가와 살던 집 기념화 사업' 등을 제안하는 주민들의 청원이 이어졌다.
남구청은 구민이었던 봉 감독의 업적이 큰 만큼 각종 기념화 사업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봉준호 돌풍'은 TK지역 정치권에도 몰아닥쳤다. '4.15총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이 앞다투어 '봉준호 공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봉준호 감독을 앞세운 정치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강효상 의원(자유한국당, 대구 달서병 예비후보)은 이날 "대구시 신청사가 들어설 두류정수장 옆 두류 공원에 '봉준호 영화 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강 의원은 "봉준호 영화 박물관을 건립해 대구를 미국, 일본, 싱가포르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버금가는 영화테마 관광 컴플렉스로 발전시킨다면 글로벌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중·남구에 출사표를 던진 배영식 한국당 예비후보도 "남구에 봉준호 영화의 거리, 봉준호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영화 기생충 조형물 등을 설치하거나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배 예비후보는 "봉 감독이 태어나고 성장한 생가터 주변을 '봉준호 영화·문화의 거리'로 지정하고 인접 지역을 카페의 거리로 만들겠다"며 "남구의 '봉준호 거리'가 중구의 '김광석 거리'와 연계하면 대구의 관광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카데미 직품상과 감독상 등 4개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사진=뉴스핌DB] |
반면 '봉준호 돌풍'이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은데는 심화되는 '경제.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며 영화 '기생충'이 다룬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완화에 힘쓰겠다고 다짐하는 후보들도 잇따랐다.
대구 달서을에 출사표를 던진 허소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불평등 완화를 의정 활동의 제1의 목표로 삼고 앞으로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다양한 정책과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을 씻을 수 있도록 더욱 담대한 정책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허 예비호보는 또 "이 영화가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과 찬사를 끌어냈던 것은 영화 '기생충'이 보여 준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 자본주의의 폐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완화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어 지역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조명래 정의당 대구 북구갑 예비후보도 "영화 기생충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청년실업, 불공정을 신랄하게 파헤쳤다"며 "이번 총선은 정치의 본연인 국민의 행복한 삶의 대한 비전과 실천을 두고 경쟁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15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앞다퉈 '봉준호 마케팅'이 잇따르자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자칫 '봉준호 쾌거'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민 이모씨는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이 이룬 성과는 대구인을 넘어 한국인의 자긍심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쾌거"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치적 목적이 아닌, 행정당국과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어 관광콘텐츠 개발을 꼼꼼하게 구상하고 추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봉준호 감독은 대구 봉덕동 출생으로 남구 대명동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유년을 보낸 후 서울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