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올 들어 배터리산업의 기세가 만만찮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 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에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LG화학과 삼성SDI, 국내 대표 배터리업체의 선두 각축전이 볼 만하게 생겼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삼성SDI와 LG화학의 실적 개선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의 호실적과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전기차 및 2차전지산업의 수익성 개선 신호를 알렸다.
아울러 유럽에선 탄소배출 규제 강화에 따라 올해부터 전기차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2020년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150만 대로, 2019년 대비 194% 늘 것으로 예상했다.
◆ BMW와 공급계약 삼성SDI, 유럽서 맹추격 다짐
삼성SDI는 지난해 11월 BMW와 약 3조8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BMW는 테슬라에 이어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다.
지난달 삼성SDI는 2019년 실적 발표 당시 "지난해 자동차 전지 매출이 전년보다 70% 성장,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며 "이러한 기조가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삼성SDI는 올해 자동차 전지 시장 규모가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강화에 따른 큰 폭의 수요 성장을 바탕으로 2019년 대비 55% 성장한 176GWh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BMW에 공급할 배터리에 대해 삼성SDI는 "2021년부터 양산할 5세대 배터리(Gen 5)는 주행 거리를 600km 이상 늘릴 수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도움 될 것"이라며 "5세대 배터리는 배터리 효율 향상 신공법 도입으로 에너지 밀도가 20% 이상 높아지고, kWh당 배터리 원가도 20% 이상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투자업계에선 삼성SDI의 2020년 전기차 배터리(중형) 매출이 전년 대비 69% 증가한 4조 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전사 영업이익은 8404억 원으로 82% 늘 것으로 봤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유럽고객사의 본격적인 전기차 출시 계획에 따라 삼성 SDI의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탄소배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럽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비중이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2021년부터 양산되는 차세대 배터리, Gen 5를 통해 장거리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고 중장기적인 고성장세를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 1위 LG화학, 글로벌 1위 테슬라와 '맞손'…특허침해 주장 SK이노와는 '맞소송'
LG화학은 테슬라에 올라탔다. 앞서 작년 8월 테슬라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LG화학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은 전세계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의 생산량의 절반이 판매되는 큰 시장이다.
테슬라를 파트너로 맞이한 LG화학은 지난해 전지부문 매출 8조3503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28% 성장했다. 회사 측은 "자동차전지에서 손익분기점(BEP)에 준하는 실적을 달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올해 실적 개선도 자신했다. LG화학은 "전지부문에서 자동차전지 출하 증가에 따른 매출 확대가 지속되고, 신규 캐파(Capa) 수율 안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했다.
전지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는 물론 분사도 검토 중이다.
LG화학은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주 증가로 공급 확대를 지속 추진, 2020년 말 기준 100GWh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올해 투자금 3조 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방식이 상당히 다른 석유화학과 전지가 한 회사에 같이 있다"면서 "각 부문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전지부문 분사 등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에서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은 부담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이 특허 침해 맞소송으로 나왔고, LG화학 역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어느 쪽이든 패소할 경우에는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최종 판결은 올해 10월로 예정돼 있다.
◆ LG화학 vs 삼성SDI, 배터리 최강자는 누구?
삼성SDI가 LG화학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현재로선 격차가 만만찮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연간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16.7GWh로 전년 대비 16.7% 늘었다. LG화학이 12.3GWh로 전년 대비 64.8% 급증하면서 중국 BYD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삼성SDI는 4.2GWh로 20.9% 증가해 전년 6위에서 5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의 경쟁에서 배터리사업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큰 삼성SDI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지 매출 비중이 삼성SDI가 77%로 LG화학의 29%보다 크다는 얘기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9년 14조 원에서 2025년 약 100조 원으로 연평균 37% 성장할 전망"이라며 "삼성SDI는 올해 가파른 성장세가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하반기 중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 같은 기대감은 주가에도 드러난다. 연초 이후 배터리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펼치는 가운데 삼성SDI 시가총액이 23조 원을 돌파하며 코스피 시총 순위 8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7위 LG화학(28조8017억 원) 바로 등 뒤까지 따라붙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삼성SDI 주가는 43.22% 뛰며, 같은 기간 28.5% 오른 LG화학에 비해 상승률이 더 컸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업황이 좋으면 업종 내 2등주의 주가 수익률이 더 높다"며 "국내 2차전지 시총 2등인 삼성SDI가 LG화학보다 전지사업부 노출도가 높다"고 언급했다.
한편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해 발생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가 '배터리 이상' 때문이라는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사는 지난 6일 "ESS 화재 '발화 지점'이 배터리일지라도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면서 정부 발표를 반박하고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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